외국인들 많이 팔고 많이 샀다

  • 입력 2005년 8월 23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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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의 주식 매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주 외국인투자가는 4일(거래일 기준) 연속으로 주식을 팔며 모두 3447억 원을 순매도(매도금액에서 매수금액을 뺀 것)했다. 종합주가지수는 지난주 40포인트 넘게 하락했다.

22일 종합주가지수는 올해 들어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지수도 1,100 선을 가볍게 회복했다. 그러나 외국인투자가는 이날 1400억 원 넘는 주식을 순매도하며 차익 실현에 나섰다.

최근 외국인의 주식 매매는 ‘외국인이 팔면 주가가 떨어진다’는 단순한 논리와는 다른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결과적으로만 보면 외국인은 주식을 팔고 있다. 그런데 속을 들여다보면 매수와 매도가 서로 다른 논리 속에서 치열하게 경합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 8월 들어 외국인 매수도 급증

팔고 산 금액을 합산해 따지면 외국인투자가는 최근 분명히 매도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런데 지난주 한국 증시에 직접 투자하는 4대 해외 펀드에는 오히려 14억 달러(약 1조5000억 원) 이상이 순유입(유입액에서 유출액을 뺀 것)됐다. 이는 올해 들어 다섯 번째로 많은 금액. 한쪽으로는 주식을 팔면서 다른 한쪽으로는 ‘실탄’을 챙기고 있는 것.

순매도 자체도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 굿모닝신한증권에 따르면 8월 들어 외국인은 하루 평균 6458억 원어치 주식을 사들이고 6695억 원어치를 팔았다.

하루 평균 매수 규모는 주식시장 개방 이후 다섯 번째로 많다. 또 하루 평균 매도금액은 사상 최대 규모다.

한마디로 많이 사고 많이 팔고 있는 것이다.

많이 사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외국인투자가가 한국 증시와 기업의 기초체력(펀더멘털)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뜻. 최근 돈의 힘에 의해 주가가 오르는 이른바 ‘유동성 장세’가 마무리되고 있기 때문에 펀더멘털이 아니라면 주식을 살 이유가 없다.

문제는 왜 사는 것 이상으로 팔고 있느냐는 점. 전문가들은 대체로 미국의 금리 인상 추세를 그 원인으로 꼽는다.

○ 단기적인 조정은 이어질 가능성

미국의 금리 인상은 추세적으로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돈은 금리가 높은 곳으로 몰려가기 마련.

최근 외국인의 순매도는 비단 한국에서만의 일이 아니다. 대만 등 주요 신흥시장은 물론 멀리 멕시코 증시에서도 외국인의 주식 순매도 현상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박경일 연구원은 “한국과 미국의 정책금리가 역전된 상황에서 단기적으로 자금이 빠져나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지적했다.

결국 최근 외국인 매매 패턴은 단기적으로는 미국의 금리 인상 추세에 따른 조정 가능성을, 장기적으로는 펀더멘털에 근거한 추가 상승의 가능성을 암시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조정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은 장기 투자하면 좋은 종목을 선별한 뒤 적정한 가격까지 떨어지면 매수해 장기 보유하는 것이 바람직한 투자 전략이라고 증권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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