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코가 석잔데…주요경제단체장 잇단 곤경

  • 입력 2005년 8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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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부패방지투명협약을 맺는 등 윤리경영과 투명경영을 부쩍 강조해 오던 경제단체들이 곤혹스러운 처지에 빠졌다. 이른바 ‘X파일’ 사건으로 재계가 어수선한 데다 주요 경제단체장들이 해당 기업이나 개인 문제로 구설수에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미스터 쓴소리’로 불리면서 사회적 영향력을 확대해 온 박용성(朴容晟)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두산그룹 회장은 두산 오너가(家)의 형제 간 분쟁으로 ‘내 코가 석자’인 상태다.

당초 박용오(朴容旿) 전 회장의 분식회계 주장이 나올 때만 해도 상황이 곧 수습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오너 일가의 증자용 대출금 이자를 회사 측이 5년 동안 대신 납부했다는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더 꼬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아직 정확한 내용은 모르겠지만 비교적 깨끗한 이미지로 재계 목소리를 대변했던 박 회장이 이번 사태로 입지가 크게 좁아질 것 같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대한상의가 ‘재계의 입’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相生) 협력을 강조해 오던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도 김용구(金容九) 회장 등이 회장 선거에서의 금품 살포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중기협은 협회 명의의 보도자료에서 “중소기업의 대변 기관으로 심한 자책감을 느끼고 있다”면서 “앞으로 회장 선거와 관련해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회장 선거 때마다 구설수에 오른 일이 많아 이번 각오가 실제로 결실을 볼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16일 설립 44주년을 맞지만 이렇다할 행사도 없이 임직원들이 하루 동안 휴무하기로 했다.

이는 강신호(姜信浩) 전경련 회장이 대표이사 회장으로 있는 동아제약의 요즘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동아제약은 이 회사 제품인 박카스의 유통과정과 관련해 최근 일선 세무서의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

전경련은 11월 부산에서 열릴 예정인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CEO) 정상회의 의장인 박용오 전 회장의 거취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으나 정작 본인이 사퇴의사를 밝히지 않아 답답해하고 있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4대그룹 총수들이 전경련 회장을 맡지 않으려고 해 재계의 대표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는 판에 주요 경제단체장들마저 갖가지 구설수에 올라 재계의 입지가 축소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최영해 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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