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력? 슈퍼컴에 물어봐…美-日 속도경쟁 ‘엎치락뒤치락’

  • 입력 2005년 6월 21일 03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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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가동을 시작한 서울대 슈퍼컴퓨터 3호기. 사진 제공 한국IBM
20일 가동을 시작한 서울대 슈퍼컴퓨터 3호기. 사진 제공 한국IBM
《지난해 11월 미국 언론들은 IBM의 슈퍼컴퓨터 ‘블루진’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컴퓨터 자리를 탈환했다는 뉴스를 일제히 내보냈다. 초당 연산 속도 70조 회. 그전까지는 일본의 ‘지구시뮬레이터’가 가장 빨랐다. 일본도 이에 질세라 2011년까지 초당 1경(1조의 1만 배) 회 연산이 가능한 컴퓨터를 2011년까지 개발하겠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일본은 당초 1000조 회의 계산 능력을 가진 컴퓨터를 개발할 예정이었지만 미국이 3000조 회 이상의 슈퍼컴퓨터를 개발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계획을 전격 수정했다. 미국과 일본 사이에 슈퍼컴퓨터 개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서울대는 20일 슈퍼컴퓨터 3호기의 가동을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국내 최고 속도를 자랑하지만 세계적인 수준에는 아직 뒤떨어진다.》

○ 미국과 일본의 경쟁

슈퍼컴퓨터 순위 사이트인 ‘톱500 슈퍼컴퓨터’에 따르면 연산 속도 기준으로 10위 안에는 미국 일본 스페인 등 3개국에 설치된 것만 올라 있다. 그나마 제조업체는 미국과 일본 기업뿐이다.

슈퍼컴퓨터 분야는 전통적으로 미국이 주도해 왔다. 일본은 2002년 지구시뮬레이터를 발표하면서 처음 1위에 올랐다. 지구시뮬레이터의 연산 속도는 초당 36조 회.

미국 에너지부는 당시 보고서에서 “기후 과학 분야 연구에서 일본에 선두를 빼앗겼다”며 “컴퓨터 과학이 에너지와 국가안보 임무에 공헌해 온 점을 고려하면 매우 심각한 사태”라고 분석했다.

슈퍼컴퓨터는 기상 예측과 모의 핵실험 분야에서 발전해 왔다. 지구시뮬레이터는 기상 예측 분야에 쓰이고 지난해 1위에 오른 미국 에너지부의 ‘블루진’은 핵실험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 한국은 아직 걸음마 수준

서울대의 슈퍼컴퓨터 3호기는 5.15테라 플롭스의 속도를 낸다.

슈퍼컴퓨터의 속도를 나타내는 단위인 플롭스(FLOPS)는 1초에 컴퓨터가 연산을 몇 번 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값.

5.15테라 플롭스면 1초에 5조1500억 번 연산을 한다는 뜻. 가정에서 쓰는 펜티엄급 컴퓨터보다 2만5000배 빠르다.

세계 슈퍼컴퓨터의 순위를 매기는 사이트인 ‘톱500 슈퍼컴퓨터’ 순위에선 33위권.

서울대 3호기 이전까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2003년 도입한 슈퍼컴퓨터가 국내 최고 성능을 자랑했다. 연산 속도는 초당 3조 회.

○ 기업에서도 활용하자

미국의 자동차업체 GM은 지난해 초당 9조 회의 연산속도를 가진 IBM의 슈퍼컴퓨터를 구입했다. 한국 최고 성능을 가진 컴퓨터보다 더 뛰어나다. GM은 이를 자동차 안전성 실험에 사용할 계획이다.

GM 측은 “실제 차량으로 충돌실험을 하는 데 50만 달러(약 5억 원)가 드는 데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시뮬레이션으로 처리하면 비용도 줄고 테스트도 정교해진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슈퍼컴퓨터는 과학기술이나 국방 분야에서 주로 쓰였지만 이제 민간기업이 활용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의미다.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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