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PAN]‘서울저팬클럽’ 다카스기 노부야 회장

  • 입력 2005년 6월 21일 03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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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승 기자
이종승 기자
“한국이 일본 투자를 더 유치하기 위해선 취약한 브랜드 이미지를 바꾸고 경직된 노동시장의 문제점을 풀어야 합니다.”

한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인들의 모임인 서울저팬클럽 다카스기 노부야(高杉暢也·사진) 회장은 일본 기업의 한국 투자가 예상만큼 활발하지 않은 이유로 한국과 일본의 유사한 사업구조를 꼽았다.

일본의 가전 자동차 제조업이 한국에도 똑같이 있다. 수익이 나야 투자에 적극 나서는 게 기업의 생리인데, 산업구조 특성상 한국시장이 별로 매력적이지 못하다는 것.

하지만 1990년대 들어 퇴조하던 일본의 대한(對韓) 투자는 지난해 큰 폭으로 늘었다.

그는 “한국이 소재부품 산업 투자를 일으키려면 한국 기업이 일본 기업과 같이 부품소재 분야에 투자하자고 제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3년 봄 산업자원부와 함께 ‘Invest Korea’ 투자설명회를 열고 Japan Desk를 열었다.

일본의 스미토모화학과 소니 같은 거대 회사들이 한국 기업과 함께 합작투자를 했다.

다카스기 회장은 “서울저팬클럽에서 합작투자 형식을 제안하면서 한국의 정책이 바뀐 것”이라며 “양국의 합작투자로 서로 상생(相生)하는 형태가 됐다”고 말했다.

올해 3월에는 일본 중소기업 100개 사를 서울로 초청하는 행사가 KOTRA와 일본무역진흥협회(JETRO) 공동 주관으로 열렸다. 그는 “단독 투자를 하겠다고 밝힌 데가 12곳이었고, 합작투자회사를 만들겠다는 움직임을 보인 데가 26곳에 달했다”고 말했다.

일본 기업이 한국에서 기업 활동을 하는 데 어려운 점은 무엇일까.

다카스기 회장은 “근로자들에게 ‘No Work, No Pay’(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지키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직된 노동 분야와 세무조사, 지적재산권 문제가 일본 기업의 가장 큰 애로사항이라고 주장했다. 수시로 세무조사를 하거나 시중에 복제품이 너무 많이 유통되는 것도 바꿔야 한다는 것.

한국 시장의 미래를 어떻게 보는지 궁금했다.

다카스기 회장은 “중국은 이미 세계의 공장화가 되는 추세여서 원가경쟁력 면에서는 중국과 경쟁하기가 어렵지요. 하지만 한국은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려 품질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합니다. 또 철저하게 고급브랜드로 승부를 걸어야 합니다”고 조언했다.

주한 일본 기업인들을 대표하는 자리라서 그런지 그는 타이틀이 많다.

2003년 6월부터 대통령 자문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으로 위촉돼 일하고 있다. 지난해 6월부터는 서울시 외국인투자자문위원도 겸하고 있다.

“연구개발과 생산을 일체화하고 취약한 품질 이미지를 개선해야 합니다. 한국인은 팔만대장경을 만든 선조가 있기 때문에 충분히 해낼 수 있습니다.”

그는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에 대해 “올해는 한일 우정의 해이고, 자유무역협정(FTA)도 체결해야 하는데 이런 정치 사회적인 문제가 경제 교류에 영향을 끼쳐선 안 된다”고 말했다.

1998년 한국에 온 다카스기 회장은 1966년 일본 후지제록스에 입사했다. 올해 1월 말 한국후지제록스 회장에서 물러나 지금은 최고고문으로 일하고 있다.

최영해 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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