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기업 10 이렇게 뚫는다]<2>현대자동차

  • 입력 2005년 6월 16일 03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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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 현대자동차에 입사한 신입사원 3명이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에서 입사 준비 방법과 함께 회사 분위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황정연 씨, 홍성훈 씨, 우종훈 씨. 김미옥 기자
올해 1월 현대자동차에 입사한 신입사원 3명이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에서 입사 준비 방법과 함께 회사 분위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황정연 씨, 홍성훈 씨, 우종훈 씨. 김미옥 기자
《현대자동차는 유럽과 미국 현지에서 ‘넥스트 도요타’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기업이다. 때문에 취업 준비자 사이에 현대자동차는 선망하는 직장으로 꼽히는 만큼 지원 분야별로 ‘좁은 문’을 뚫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올해 1월 현대자동차에 입사한 신입사원 3명이 입사 준비 방법과 시험 과정, 현재 업무와 회사 분위기에 대한 느낌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인사지원팀 황정연(27·서강대 경제학부 졸업) 씨, 현대해외상품팀 우종훈(27·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졸업) 씨, 홍보1팀 홍성훈(27·연세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씨가 주인공. 현대자동차는 서류심사와 면접 두 단계를 거쳐 신입사원을 뽑는다.》

○ 입사 준비와 서류 작성

▽홍성훈=일단 학점이나 토익 점수 등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것 같아요. 저는 토익성적은 900점 초반이고 학점은 4.3 만점에 3점이 약간 넘어요. 입사 동기 중에는 이공계의 경우 토익 성적이 600점대도 있고, 인문사회계열도 700점대가 있는 등 영어 점수나 학점이 상당히 다양하거든요.

▽우종훈=맞아요. 현재 내 모습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얼마나 성장할 수 있는 사람인지 가능성을 제시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공대를 나왔지만 마케팅 분야를 지원했습니다. 기업에서 인턴으로 일한 경험을 소개하면서 내 전공과 접목하면 다양한 분야의 업무를 잘 해 나갈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켰어요.

▽황정연=저는 지원한 인사 분야에 대해 관심이 많고 이를 위해 노력했다는 점을 강조했어요. 전문기관 3군데에서 개인적으로 적성검사를 받아보니 인사 분야에 소질이 있는 것으로 나오더군요. 평소 인사 분야 스터디그룹에 참가하고 ‘더 모터스’란 학회를 만들어 활동했죠.

▽홍성훈=저도 자동차에 관심이 많아 자동차 관련 책이나 잡지를 즐겨 보고 관련 커뮤니티에 가입해서 동호회 활동을 했어요. 대학시절 학보사 활동을 했던 경험과 함께 자동차에 관심이 있음을 부각시켜 자기소개서를 썼습니다.


○ 면접시험에서는

▽홍성훈=업무 관련 지식과 인성에 대한 질문이 주를 이뤘어요. 제 경우 임원면접에서 중국 자동차시장 공략법을 물어보시더군요. 한국인의 ‘빨리빨리’ 문화가 지닌 신속성을 바탕으로 현지에서 친숙화 전략을 꾀하면 다른 기업보다 훨씬 앞설 수 있을 거라고 답했어요.

▽황정연=저는 현대자동차가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과제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받았어요. 이에 현대자동차가 가진 특성을 유지하며 지역 특성에 맞는 전략을 짤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우종훈=제게는 기계전공자가 마케팅을 모르는데 어떻게 마케팅을 하겠느냐고 지적하시더군요. 제품 자체에 대해 잘 아는 장점이 있으므로 마케팅에 대해서는 입사 후 배워나가겠다고 답했어요.

▽황정연=종종 당황스러운 질문도 하세요. 저는 ‘자네가 면접관이라면 신입사원을 선발할 때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평가하겠느냐’라는 질문을 받았어요. 적성, 잠재력, 회사와의 적합성을 평가하겠다고 답했더니 곧바로 ‘그 기준에 맞추면 스스로는 몇 점이라고 생각하느냐’고 하시더군요. 잠깐 생각한 후 ‘90점이라고 생각하며 나머지 10점을 채우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죠.

▽홍성훈=업무 관련 지식뿐 아니라 인성 등 개인적인 측면에 대한 질문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던걸요.

▽황정연=네, 그랬어요. 제 경우도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사는데 어머니가 많이 힘드셨겠다고 물어봤거든요.

▽우종훈=실무면접 때는 시사 현안이나 기업 정책에 대해 30분간 찬반 토론을 했는데요, 우리 조는 ‘강남지역 폐쇄회로(CC)TV 확대 설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어요. 자기 의견을 표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반대 의견에 대해서도 일단 타당성을 인정한 뒤 합의를 이끌어 내려고 조율하는 사람이 돋보였어요. 물론 그 사람은 합격했고요.

▽홍성훈=돌발 상황이 생기면 솔직하게 털어놓고 양해를 구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저는 면접시험을 보러 오다 제가 탄 택시가 오토바이와 충돌하는 사고가 나서 지각을 했어요. 많이 당황했지만 인사담당자에게 이야기했더니 다른 조에 배치해 면접을 볼 수 있게 해줬습니다. 실무진 면접 때도 지각한 이유를 물어 봐 사실대로 답했더니 고개를 끄덕이셨어요.

○ 입사해 보니

▽홍성훈=오전 7시 반이면 대부분 출근해요. 출근 시간이 상당히 빠른 편이에요. 하지만 직급이 높을수록 더 빨리 나오세요. 오전 6시에 나오는 분도 계시거든요. 직급이 높아질수록 정말 생각을 많이 하고 일단 결정된 상황은 과감하게 밀고 나가죠.

▽황정연=입사 전에는 주위 사람들이 기업 문화가 군대와 비슷하지 않느냐며 조금 염려했어요. 실제 다녀 보니 기아자동차의 온화하고 섬세한 문화와 현대자동차의 추진력이 결합된 모습이었어요.

▽홍성훈=동감이에요. 회사 분위기가 상당히 자유로운 게 사실이에요. 상무님과도 담배를 피우고 차도 마시죠. 회식 자리에서 술을 강권하지도 않고요.

▽우종훈=조직이 크고 부서가 많지만 인간적으로 운영한다는 느낌이 들어요. 점수 등으로 딱 잘라서 사람을 평가하기보다는 먼저 양해를 구하고 설명하는 등 배려하는 부분이 많아요.

▽황정연=물론 잘못하면 눈물이 쏙 빠질 정도로 엄하게 혼냅니다. 하지만 그런 날은 꼭 밥과 술을 사주거나 차를 마시면서 다독여주세요. 그럴 때면 상사라기보다는 마치 ‘형’ 같아요. 또 회사 차원에서 각종 경조사를 챙겨 주고 사이버 교육센터를 개설해 영어, 중국어 등 어학과 재무 등 직무관련 분야를 공부할 기회도 많아요.

▽우종훈=팀별로 자주 영화를 보러 가고 족구도 함께 해요. 1박 2일 여행도 같이 가는 등 끈끈한 정이 있는 회사라는 게 느껴집니다. 무엇보다 앞으로 발전가능성이 더욱 많은 회사라는 점이 큰 매력이죠.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서류심사 → 면접 간결한 전형▼

현대자동차는 신입사원 선발 시 1차 서류심사→2차 면접의 두 차례 전형만 실시한다.

다른 대기업에 비해 전형 과정이 매우 간결한 것이 특징이다. 서류 전형에서는 토익 등 영어 점수나 학점 등에 있어 따로 제한을 두지 않는다. 다만 자기소개서는 비교적 비중 있게 평가하는 편이다. 디자인 분야에서는 관련 대회 입상자에게 가산점을 준다.

2차 면접은 임원 면접과 실무진 면접으로 구성된다. 임원 면접에서는 5, 6명의 지원자가 한 조가 돼 함께 면접을 본다.

역시 5, 6명의 면접관이 자기소개서 관련 내용이나 회사에 대한 생각, 경제 현안에 대한 의견을 묻는다. 1인당 평균 3개 정도 질문을 받는다.

실무자 면접 역시 조별로 진행된다. 면접 직전 제비뽑기를 통해 시사 현안이나 경제 관련 이슈에 대한 주제를 선택한다. 이후 찬성과 반대 의견으로 나눠 30분간 토론을 진행한 뒤 실무자들이 개별적으로 한두 가지의 질문을 한다.

이어 실무자들이 1분가량 다시 영어로 질문을 해 영어회화 실력을 평가한다.

면접에서는 자동차 산업에 대한 지식을 묻는 경우가 많다.

가령 ‘현재 현대자동차가 생산하고 있는 차의 모델명과 특징 등을 배기량별로 말해 보시오’ ‘중국의 자동차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 것인가’ 등과 같은 질문이 나오기도 했다.

때문에 면접 전 한국 자동차 산업의 미래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고 자동차 시장의 동향을 파악해 둘 필요가 있다.

일반직 사원은 대학 교수 추천 등을 통해 별도로 선발하지 않고 100% 공개 채용한다.

면접 전형에서는 △문제를 정확히 분석하고 해결 방법을 찾으려는 적극적인 태도 △미래를 준비하고 변화를 시도하려는 의지 △상대방을 포용하는 논리력 △지구촌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대화하려는 국제화 능력 등을 평가한다.

현대자동차 측은 “자동차 산업은 제조업과 서비스업에 이르기까지 사업 영역이 다양하므로 어떤 분야에서 전문가로 성장할지 미리 생각해 보고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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