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85주년]한국의 맛과 멋…‘토종의 힘’ 세계와도 맞선다

  • 입력 2005년 3월 31일 19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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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세계최고외국의 생활용품 브랜드는 세계 곳곳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지만 유독 한국의 생활용품 시장에선 두드러진 활약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생활용품 시장에서 다국적 브랜드에 맞서 자국 시장을 지키는 나라는 한국 등 몇 개 나라밖에 없다는 것이 생활용품 업계의 지적이다. 여성 소비자가 한 대형 할인점에서 생활용품을 고르고 있다. 사진 제공 애경
한국산=세계최고
외국의 생활용품 브랜드는 세계 곳곳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지만 유독 한국의 생활용품 시장에선 두드러진 활약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생활용품 시장에서 다국적 브랜드에 맞서 자국 시장을 지키는 나라는 한국 등 몇 개 나라밖에 없다는 것이 생활용품 업계의 지적이다. 여성 소비자가 한 대형 할인점에서 생활용품을 고르고 있다. 사진 제공 애경
《한국에는 한국의 멋이 있다.

기업에 국적이 없고 세계가 하나의 시장으로 통합하는 추세라고 하지만 한국인의 까다로운 눈썰미를 만족시키는 것은 역시 한국의 토종 기업이다.

패션과 화장품, 생활용품 분야에서 다국적기업들의 공세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은 소비자에게 친숙한 토종 브랜드와 높은 품질로 당당히 맞서고 있다.》

▽국내 경쟁력이 세계 경쟁력=생활용품 분야의 ‘2강(强)’ 애경과 LG생활건강은 국내 시장 선점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다. 이런 경쟁구도와 ‘기민한 시장 선점 전략’이 외국 브랜드와의 싸움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예를 들어보자. 다국적기업 P&G의 고농축 주방세제 ‘조이’는 1990년대 후반 일본시장을 휩쓸었다. ‘조이’의 한국 시장 진출이 예상되자 국내 업계는 ‘조이’가 한국에 들어오기 수개월 전에 고농축 세제 ‘자연퐁 싹’(LG생활건강)과 ‘순샘 한방울’(애경)을 잇따라 내놓으며 선수를 날렸다. 시장 선점에 실패한 ‘조이’는 일본과 같은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또 2001년 P&G와 팬틴, 유니레버, 도브 등 외국 브랜드가 고가의 ‘프리미엄 샴푸’로 한국 시장에 진출했을 때 국내 업체들은 ‘케라시스’(애경)와 ‘엘라스틴’(LG생활건강)으로 발 빠르게 대응했다.

‘케라시스’ 브랜드는 P&G의 ‘팬틴’에는 없었던 상품인 ‘헤어 앰풀’로 맞섰고, ‘엘라스틴’은 ‘빅 모델’ 전지현을 기용해 인지도를 높였다.

생활용품 업계는 한국 시장에서 외국 브랜드의 점유율이 30% 안팎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생활용품 시장에서 다국적 브랜드에 맞서 자국 시장을 지키는 나라는 한국 등 몇 개밖에 없다는 게 LG생활건강 측의 주장이다.

LG생활건강과 애경 등이 1990년대 초반부터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경쟁력을 키워왔던 것이 외국 브랜드와 맞설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는 설명이다.

화장품 시장에서는 태평양이 부동의 1위. 지난해 시장점유율은 32%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태평양은 ‘체계적인 브랜드 관리’를 1위 유지의 원동력으로 분석하고 있다. 일반 고객은 물론 연구 직원과 전문 패널 등 폭넓은 모니터 인력 1500여 명을 확보해 브랜드 관리에 나서고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세계 유행을 한국에서 입는다’=신사복 시장에서 치열한 선두 경쟁을 펼치고 있는 제일모직과 LG패션은 유행과 마케팅의 ‘세계적 흐름’을 먼저 읽고 이를 국내 시장에 적용해 성공한 경우다.

제일모직은 정기적으로 사내에서 ‘선진 제품 비교 전시회’를 연다. 브리오니, 제냐, 버버리, 지방시, 구찌 등 외국 명품 브랜드는 물론 국내 업체들의 제품까지 비교해 꼼꼼히 분석한다.

제일모직은 2003년 7월 이탈리아 밀라노에 법인을 설립하고, 디자인 스튜디오를 열었다. 또 이탈리아 비엘라에도 모직물 기술 개발 및 시장 조사를 위한 연구소를 열어 세계 패션계의 흐름을 쫓고 있다. 올해 2월에는 이탈리아의 명품 브랜드 브리오니에서 기획 및 마케팅 전문가로 활약한 가브리엘레 나폴레타노 씨를 상품 기획 총괄 디렉터로 영입했다.

LG패션 역시 지난해 9월 이탈리아 브랜드 로로피아나의 기획담당자였던 클라우디오 테스타 씨를 패션 컨설턴트로 위촉했다.

LG패션은 또 일본 패션업체 가시야마사의 기술 고문인 와타나베 요시야마 씨의 도움을 받아 지난해 가을 ‘마스터피스 763’을 시장에 내놓기도 했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서경배 태평양 사장 “2015년 세계 10대 화장품社로”▼

‘10년 후에는 고객의 미와 건강을 책임지는 글로벌 기업이 될 것이다.’

태평양(사장 서경배·사진)은 2015년까지 화장품에서 10개의 메가 브랜드(1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브랜드)를 키워 세계 10대 화장품 회사로 성장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또 건강식품과 미용식품을 통합해 건강미용식품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3개의 메가 브랜드를 육성해 건강미용식품 분야의 선도 기업으로 거듭날 계획이다.

태평양이 목표로 하는 2015년 화장품 사업의 매출액은 40억 달러(약 4조 원). 이 가운데 해외 매출 비중을 3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장기 비전을 세웠다.

이를 위해 프랑스 향수 시장에서 점유율 5위를 유지하고 있는 ‘롤리타 렘피카’ 등의 향수 사업과 홍콩 중국과 동남아 시장의 ‘라네즈’, 미국 시장의 ‘아모레퍼시픽’에서 1억3500만 달러(약 1350억 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계획이다.

▼차석용 LG생활건강 사장 “2∼3개 핵심 브랜드 집중육성”▼

‘선택과 집중으로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한다.’

LG생활건강(사장 차석용·사진)은 과감한 브랜드 구조조정으로 제품군별 전략 브랜드를 집중 육성해 성장의 발판으로 삼는다는 전략을 세웠다.

생활용품 시장에서는 치약 샴푸 비누 세탁세제 주방세제 섬유유연제 등 6대 주력제품군의 브랜드 수를 지속적으로 줄여 제품군별로 2, 3개의 핵심 브랜드만 강화할 계획이다. 화장품 시장에서도 기존 20여 개의 브랜드를 대폭 줄여 대표 브랜드 4개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계획을 세웠다. ‘이자녹스’는 화장품 전문점용 브랜드, ‘라끄베르’는 참살이(웰빙) 브랜드, ‘오휘’와 ‘후’는 백화점과 방문판매용 고급 브랜드로 키운다는 전략이다.

LG생활건강은 이러한 전략을 바탕으로 올해 매출을 지난해보다 8.1% 늘어난 1조300억 원, 영업이익은 21% 늘어난 660억 원으로 잡았다.

▼안용찬 애경 사장 “1등 브랜드 ‘장수 상품’ 만들 것”▼

‘1등만이 시장을 지배한다.’

애경(사장 안용찬·사진)은 1등 브랜드에 마케팅 역량을 집중해 장수브랜드로 키운다는 전략을 밝혔다.

애경의 브랜드 가운데 주방세제 ‘트리오’가 38년, 세탁세제 ‘스파크’가 18년, 클렌징 화장품 ‘포인트’가 11년 동안 업계 수위를 지키면서 긴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

장수 브랜드에 이어 ‘2080치약’, ‘케라시스 샴푸’, ‘퍼펙트’ 등은 애경을 이끌어갈 새로운 브랜드로 꼽힌다.

애경은 디자인을 통한 제품 차별화가 1등 브랜드의 조건이라고 보고, 브랜드 최종 결정권을 디자이너와 소비자(설문 조사)에게 줄 계획이다.

애경은 올해 중 다른 브랜드나 기업의 인수합병을 통해 신규 사업 진출에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애경은 신규사업 진출과 매년 20%대의 성장을 통해 2010년에는 매출 1조 원을 거둔다는 목표다.

▼이수호 LG패션 부회장 “개별 브랜드 경쟁력 강화 총력”▼

‘LG패션 대신 마에스트로, 헤지스 등 개별 브랜드를 키운다.’

LG패션(부회장 이수호·사진)은 기업 브랜드에 집중했던 마케팅 전략을 바꿔 마에스트로, 헤지스 등 개별 브랜드에 대한 마케팅을 강화해 경쟁력을 키워나갈 계획이다.

또 남성복 중심의 사업을 확장해 여성복, 아동복, 스포츠·캐주얼 시장까지 진출한다. 올해 1월 아웃도어 브랜드 ‘라푸마’를 내놓은데 이어 가을에는 신규 여성복 브랜드를 선보인다.

마에스트로, 헤지스 등 기존 브랜드는 지속적인 제품 개발과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세계적인 수준의 브랜드로 육성하고, 신규 브랜드는 타깃 마케팅과 고품질 전략으로 인지도를 높일 방침이다.

특히 지난해 ‘마스터피스 763’이라는 새로운 디자인을 선보이며 신사복 업계를 선도했던 ‘마에스트로’를 세계적인 수준의 브랜드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이탈리아의 디자인 기술고문을 영입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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