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000원 전쟁…‘실탄’은 충분한가

  • 입력 2005년 3월 11일 18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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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에 이어 11일에도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 1000원을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연이틀 장중 한때 900원 대로 하락(원화가치 상승)했으나 당국의 개입으로 1000원 선을 간신히 유지했다. 11일 원-달러 환율 종가는 전날과 같은 1000.3원.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당분간 1000원 선을 중심으로 오르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장중 또 ‘1000’ 붕괴=이날 원-달러 환율은 1000.1원에 거래를 시작한 뒤 곧바로 999.3원으로 하락했다.

장중 원-달러 환율이 1000원 밑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달 23일(998.1원)과 10일(989.0원)에 이어 올 들어 세 번째. 그러자 외환당국이 곧장 시장에 개입해 1002.4원으로 올려놓았다.

이후 환율은 수출업체들의 달러화 매물이 나오면서 아슬아슬하게 1000원 선을 유지했다.

▽외환당국 ‘실탄’ 충분한가=외환당국은 전날 40억 달러(약 4조 원)에 이르는 달러화를 사들인 데다 11일에도 1000원 선이 무너지자 곧바로 매입에 나서 ‘1000원은 지킨다’는 인식을 시장에 심어줬다.

문제는 당국의 ‘실탄’이 넉넉하지 않다는 점이다.

올해 정부가 발행할 수 있는 외환시장 안정용 국채(환시채·외국환평형기금채권 국고채 포함)의 한도는 총 21조9000억 원.

1, 2월에 7조 원을 마련해 2조 원은 상환하고 5조 원을 손에 쥐고 있었지만 10일 대부분 써버렸다.

한국은행이 ‘발권력’을 동원해 달러를 사들일 수 있지만 한계가 있다. 발권력을 동원한 뒤 시중에 풀린 돈을 거둬들이려면 통화안정증권(통안증권)을 발행해야 하는데 통안증권은 이미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1월 말 현재 통안증권 발행잔액은 144조1690억 원. 2003년 말 105조4967억 원에 비해 1년여 사이에 37% 늘어났다. 지금은 통안증권 이자를 주기 위해 통안증권을 새로 발행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발권력 동원은 한은과 은행의 계좌로 돈이 수치상으로만 오가는 것이지 새 지폐를 찍어내는 것은 아니다.

▽‘환율이냐, 금리냐’ 딜레마=정부는 수출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환율을 안정시켜야 하지만 자칫 경기회복을 위해 필요한 저금리 기조를 해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고민에 빠졌다.

환율 방어를 위해 환시채나 통안증권을 발행하면 채권 공급이 늘어 채권금리가 상승(채권값 하락)할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 때문에 정부는 ‘실탄’이 충분치 않은데도 환시채를 추가로 발행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재정경제부 고위 당국자들은 공개적으로 말하진 못하지만 환율 안정보다 저금리 기조가 더 중요하다는 데 공감한다.

환율정책을 총괄하는 진동수(陳棟洙) 재경부 국제업무정책관조차 10일 “정부가 환율 방어를 위해 환시채를 추가로 발행할 것이라는 소문이 있는데 3월 중 환시채 발행 계획은 없다”고 말할 정도.

박병원(朴炳元) 차관보는 “환율정책의 기조와 시장개입 자금여력 등에 대해서는 얘기할 수 없지만 금리 안정을 위해 국고채 발행 계획을 줄여 나간다는 현재의 정책기조에는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정경준 기자 news91@donga.com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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