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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5년 3월 10일 18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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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당국은 최근 원-달러 환율의 빠른 하락 속도가 정상적인 것이 아니라고 보고 강력히 대처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투기세력이 서울 외환시장에 들어와 움직였다는 분석도 나왔다.
▽숨 가빴던 널뛰기 장세=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전 11시 25분경 989.0원까지 떨어졌다가 11시 48분경 1008.0원으로 수직 상승했다. 불과 23분 만에 19.0원이나 오른 것.
한 외환딜러는 “장이 열리자마자 곤두박질치던 환율이 거짓말같이 반등할 줄은 정말 몰랐다”며 “아찔한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한국무역협회 부설 무역연구소 신승관(申承官) 연구위원은 “시장에 조그만 충격이 가해져도 한 방향으로 쏠리는 현상이 심하다”며 “앞으로도 환율이 급등하거나 급락하는 일이 잦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흥은행 자금시장부 변명관(邊명寬) 과장도 “당국의 시장 개입으로 1000원 선을 지켰지만 이를 지지선으로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외환시장은 기본적으로 불안정한 상태”라고 말했다.
▽당국의 강력한 시장 개입=널뛰기 장세를 연출한 주인공은 단연 외환당국이었다.
외환당국은 원-달러 환율이 급락한 오전 11시 반경 ‘발권력’을 동원해 달러화를 대거 사들였다. 평소에는 시장에 개입하더라도 1억 달러 안팎에 그쳤지만 이날은 달랐다.
한은은 정확한 매입 규모를 밝히지 않았지만 외환딜러들은 “오전 한때 30분간 10억 달러를 사들여 환율을 끌어올렸고 오후에도 계속 사들여 총 40억 달러를 매입한 것으로 추산된다”고 전했다. 서울 외환시장의 최근 하루 평균 현물 거래액은 40억∼50억 달러 정도이지만 이날은 가격 변동성이 커진 데다 당국의 시장 개입으로 사상 최대인 72억9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외환당국은 구두(口頭) 개입도 병행했다. 한국은행 박승(朴昇) 총재는 “외환시장에 투기세력이 개입됐다고 판단되면 미세 조정의 수준을 넘는 (고강도) 외환정책을 쓰겠다”고 말했다.
한은 이광주(李光周) 국제국장은 더 나아가 “최근 환 투기세력들이 원화와 대만달러화를 공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번 ‘해먹고’ 가려는 모양”이라며 시장에 강한 대응 메시지를 던졌다.
▽‘세 자릿수 환율 시대’ 온다=당국의 강력한 개입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 원-달러 환율 하락은 대세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날 환율 급락의 직접적인 원인은 이른바 일본발 ‘고이즈미 쇼크’로 도쿄(東京)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이 급락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그러나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10%에 육박하는 재정 및 무역수지 적자 영향으로 달러화가 전 세계적으로 약세를 보이는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영식(鄭永植) 수석연구원은 “미국의 쌍둥이 적자와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친(親)산업정책이 결합돼 달러화 약세는 대세”라며 “여기에 중국 위안화까지 절상되면 원화를 포함한 아시아 각국의 통화가치는 더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굿모닝신한증권 기업분석부 조중재(趙重宰) 수석연구원은 “정부가 나서서 일단 환율 하락을 막았지만 (시장 개입은) 바람직하지도, 장기적으로 가능하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일시적으로는 원-달러 환율이 오를 가능성도 있다.
우리은행 외환시장운용팀 이정욱(李政昱) 과장은 “조만간 외국인들이 주식 배당금을 본국으로 송금하기 위해 달러화를 사들일 것”이라며 “이들의 달러화 수요로 원-달러 환율이 최소한 20원은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한은 박 총재는 외국인 배당금 송금규모를 40억 달러 정도로 추산했다.
그는 “미국이 쌍둥이 적자 해소를 위해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고 그동안 원-달러 환율이 지나치게 하락한 점을 감안하면 4월쯤 환율이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정경준 기자 news91@donga.com
김광현 기자 kkh@donga.com
김승진 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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