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公자금 비리 수사결과 발표]6개그룹 사기대출 1조3435억

  • 입력 2005년 2월 17일 18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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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닉스 반도체의 전신인 현대전자가 1조8000억 원대의 분식회계를 통해 금융기관으로부터 7762억 원을 사기대출 받고 436억 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사용한 혐의가 드러났다.

대검찰청 공적자금비리 합동단속반(반장 강찬우·姜燦佑 중수3과장)은 장동국(張東國) 전 현대전자 재정담당 부사장과 김석원(金錫元) 쌍용양회 명예회장, 김을태(金乙泰) 전 두레그룹 회장 등 3명을 분식회계를 통한 사기대출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17일 밝혔다.

합동단속반은 또 강명구(姜明求) 전 현대전자 부사장, 김석준(金錫俊) 쌍용건설 회장 등 2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날 발표는 공적자금 비리에 대한 지난해 6월 1일부터 올해 1월 31일까지의 수사결과를 종합한 것이다.

이번에 수사 대상이 된 6개 기업군의 사기대출 금액은 1조3435억 원으로 이들 기업의 워크아웃이나 부도 등으로 공적자금 투입 금융기관이 떠안게 된 부실채무는 1조488억 원에 이른다.

2001년 12월 합동단속반 출범 이후 공적자금비리 수사를 통해 회수했거나 회수 절차가 진행 중인 자금 규모는 1818억 원, 사법처리된 인원은 241명(구속 101명)이다.

단속반은 금융기관에 공적자금 투입을 유발한 K, T, D사 등에 대해 연말까지 계속 수사한 뒤 4년간에 걸친 공적자금 비리수사를 종결할 방침이다.

다음은 검찰이 밝힌 주요 수사 내용이다.

▽구조조정 빌미로 회사재산 횡령=김석원 명예회장은 1996년 15대 국회의원에 당선되면서 정계로 진출했으나 1998년 2월 경영에 복귀했다. 쌍용자동차에 수조 원대의 부실이 쌓이면서 그룹 전체가 위기에 처하자 정치생활을 접은 것.

검찰에 따르면 김 명예회장은 쌍용정유, 쌍용투자증권 등 계열사를 매각하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회장 직위를 이용해 회사재산을 빼돌렸다. 검찰이 파악한 김 명예회장의 횡령 및 배임 규모는 모두 310억 원.

김 명예회장은 1998년 8월경 개인비서 명의로 회사를 설립해 계열사가 운영하던 고속도로 휴게소 3곳을 2억4000여만 원의 헐값에 인수했다. 이들 휴게소는 연간 13억 원 이상의 수입을 거둬들이고, 영업권 가치만 32억 원이었다.

1998년 9월에는 쌍용양회가 소유하고 있던 강원 평창군 일대 임야 13만여 평(감정가 42억 원)을 누나 등의 이름으로 6억6400만 원에 사들여 회사에 38억 원 상당의 손해를 끼쳤다.

1999년 1월경에는 자신이 소유한 계열사 주식을 회사에 비싸게 팔아 54억 원을 조성했다. 이 돈은 개인사업인 골프장 부지 내 전원주택 건설에 모두 투자했다.

2000년 5∼12월엔 쌍용양회 자금을 위장 계열사에 지원하게 한 뒤 이 돈을 다시 대여 받아 개인 빚을 갚는 방식으로 회사에 178억 원의 손실을 끼쳤다.

▽사망한 총수에게 책임 전가=검찰은 현대전자가 1995년 1월∼2000년 10월 외화 매입을 하거나 원부자재를 수입한 것처럼 장부를 조작해 현금 436억 원을 비자금으로 조성한 사실을 밝혀냈다.

또 계좌추적을 통해 이 비자금이 수십 개의 차명계좌를 통해 관리됐으며, 2000년 4월 16대 총선을 전후해 10억 원 이상의 뭉칫돈으로 빠져나간 것도 확인했다.

그러나 검찰은 “정몽헌(鄭夢憲) 현대그룹 회장의 사망으로 비자금의 용처 파악은 불가능하다”고 결론지었다.

자금전달책이던 강 전 부사장(불구속) 등은 정 회장으로부터 “모일 모시 ×××× 번호판을 단 차가 모처 주차장에 있으니 얼마를 전달하라”는 식의 지시만 받았다고 진술했다.

이들은 “용도를 알면 다칠까봐 굳이 알려고 하지 않았고, 머릿속에 남아 있는 기억도 없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검찰은 밝혔다.

공적자금 관련 혐의
기업(부실채무액)피의자(사건 당시 직함·처분)혐의 요지
현대전자(7366억 원)-장동국(부사장·구속기소)
-김주용(대표이사·불구속기소)
-김영환(대표이사·불구속기소)
-강명구(부사장·불구속기소)
-분식회계를 통해 7762억 원 대출사기 및 4조3305억 원 유상증자
-436억 원 회사자금 횡령
-627억 원 계열사 부당지원
쌍용그룹(734억 원)-김석원(명예회장·구속기소)
-김석준(회장·불구속기소)
-장동립(대표이사·불구속기소)
-명호근(대표이사·불구속기소)
-조국필(대표이사·불구속기소)
-분식회계를 통해 4148억 원 대출사기
-54억 원 계열사 부당지원
-82억 원 회사자금 횡령 등
효성기계그룹(1695억 원)-조욱래(회장·불구속기소)
-최윤성(대표이사·불구속기소)
-김정순(대표이사·불구속기소)
-703억 원 계열사 부당지원
두레그룹(407억 원)-김을태(회장·구속기소)
-김은길(대표이사·불구속기소)
-이병길(회장·불구속기소)
-정용연(대표이사·불구속기소)
-손석한(대표이사·불구속기소)
-분식회계를 통해 395억 원 대출사기
-88억 원 융통어음 할인사기
영진약품(286억 원)-김생기(회장·불구속기소)
-김종민(대표이사·불구속기소)
-분식회계를 통해 1042억 원 대출사기
-91억 원 회사자금 횡령
화인썬트로닉스-정상교(대주주·불구속기소)
-김성덕(대표이사·불구속기소)
-2001회계연도 재무제표 허위작성·공시
합계(1조488억 원)

대출사기 총액은 1조3435억 원
혐의사실은 관련 피의자 모두에게 공통되는 내용임.(자료:대검찰청 공적자금비리합동단속반)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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