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연일 “셀 코리아”… 배당유망-내수株까지 “팔자”

  • 입력 2004년 12월 14일 17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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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무차별적으로 팔고 있다.

정보기술(IT) 경기 부진을 이유로 IT 관련 주식만 팔던 외국인이 최근 들어 배당 유망주와 내수 관련주까지 팔고 있는 것.

14일 금융감독원과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외국 자산운용사가 4분기(10∼12월) 들어 삼성물산과 SK㈜, 대림산업, 현대백화점 등 업종 대표 주식을 대거 매도했다.

▽주가 오르면 바로 매도=JP모건증권 서영호(徐榮晧) 상무는 “4분기 들어 외국인은 매수시점보다 주가가 많이 올랐다는 판단이 서면 바로 주식을 팔고 있다”고 말했다.

종전보다 외국인이 주식을 샀다가 되파는 간격이 짧아졌다는 것.

미국 투자회사인 캐피탈그룹은 올 상반기(1∼6월)까지 6.7%에 이르던 SK㈜ 지분을 1%포인트 줄였다. 최근 소버린자산운용과의 경영권 분쟁으로 SK㈜ 주가가 치솟자 이익을 실현한 것.

중소형주 투자로 유명한 JF에셋매니지먼트는 선창산업과 성신양회, STX엔진 등을 각각 1.3%포인트씩 팔았다.

헤르메스자산운용은 3일 삼성물산 지분 5%를 평균 1만4604원에 전량 팔아 주당 2500원 안팎의 이익을 남겼다.

▽외국인은 왜 주식을 파나=외국 자산운용사가 한국 주식을 파는 이유는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 상승 △기업 예상 실적 부진 △배당매력 감소 등으로 요약된다.

씨티그룹 스미스바니증권 유동원(劉東원) 상무는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서 생긴 환차익을 현금화하려는 외국인이 많다”고 설명했다.

경기 부진으로 한국 기업의 내년 실적 전망이 어둡다는 점도 외국인이 주식을 파는 이유다. 주가가 추가 상승할 재료가 없다는 게 외국인의 시각인 셈.

올해 결산 후 기업의 예상 배당금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 때문에 외국인이 이른바 ‘배당 유망주’를 팔기도 한다.

▽개인 투자전략=외국인이 연말까지 한국 주식을 순매도할 가능성이 높다.

교보증권 김정표(金政杓) 투자전략부장은 “경기 방어주를 사거나 주식 투자시기를 미루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경기 방어주’는 기업 실적이 경기와 상관없이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는 주식을 말한다. 농심과 삼양사, 하이트맥주 등 음식료 관련 주식이 대표적이다.

유 상무는 “내년 1분기(1∼3월)에 종합주가지수가 750선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며 “이 무렵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다시 살 가능성이 있는 만큼 개인도 이 시점을 투자 시기로 잡는 게 좋다”고 말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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