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금융감독원과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외국 자산운용사가 4분기(10∼12월) 들어 삼성물산과 SK㈜, 대림산업, 현대백화점 등 업종 대표 주식을 대거 매도했다.
▽주가 오르면 바로 매도=JP모건증권 서영호(徐榮晧) 상무는 “4분기 들어 외국인은 매수시점보다 주가가 많이 올랐다는 판단이 서면 바로 주식을 팔고 있다”고 말했다.
종전보다 외국인이 주식을 샀다가 되파는 간격이 짧아졌다는 것.
미국 투자회사인 캐피탈그룹은 올 상반기(1∼6월)까지 6.7%에 이르던 SK㈜ 지분을 1%포인트 줄였다. 최근 소버린자산운용과의 경영권 분쟁으로 SK㈜ 주가가 치솟자 이익을 실현한 것.
중소형주 투자로 유명한 JF에셋매니지먼트는 선창산업과 성신양회, STX엔진 등을 각각 1.3%포인트씩 팔았다.
헤르메스자산운용은 3일 삼성물산 지분 5%를 평균 1만4604원에 전량 팔아 주당 2500원 안팎의 이익을 남겼다.
▽외국인은 왜 주식을 파나=외국 자산운용사가 한국 주식을 파는 이유는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 상승 △기업 예상 실적 부진 △배당매력 감소 등으로 요약된다.
씨티그룹 스미스바니증권 유동원(劉東원) 상무는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서 생긴 환차익을 현금화하려는 외국인이 많다”고 설명했다.
경기 부진으로 한국 기업의 내년 실적 전망이 어둡다는 점도 외국인이 주식을 파는 이유다. 주가가 추가 상승할 재료가 없다는 게 외국인의 시각인 셈.
올해 결산 후 기업의 예상 배당금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 때문에 외국인이 이른바 ‘배당 유망주’를 팔기도 한다.
▽개인 투자전략=외국인이 연말까지 한국 주식을 순매도할 가능성이 높다.
교보증권 김정표(金政杓) 투자전략부장은 “경기 방어주를 사거나 주식 투자시기를 미루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경기 방어주’는 기업 실적이 경기와 상관없이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는 주식을 말한다. 농심과 삼양사, 하이트맥주 등 음식료 관련 주식이 대표적이다.
유 상무는 “내년 1분기(1∼3월)에 종합주가지수가 750선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며 “이 무렵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다시 살 가능성이 있는 만큼 개인도 이 시점을 투자 시기로 잡는 게 좋다”고 말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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