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채업자가 주식대금 3310억 가장납입

  • 입력 2004년 12월 7일 18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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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억 원의 자금 동원 능력을 가진 사채업자들이 자본금을 엉터리로 납입해 자본금이 없는 ‘깡통회사’ 2100여 개를 양산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게 설립된 깡통회사들은 딱지어음 사기, 입찰 비리 등 각종 범죄에 이용된다.

▽깡통회사 대량 설립=서울중앙지검 금융조사부(부장 국민수·鞠敏秀)는 100억 원 이상의 주식대금을 가장(假裝) 납입한 서울 중구 명동 일대의 사채업자들을 단속한 결과 3310억 원의 자본금 가장 납입을 통해 2117개의 부실 회사가 설립된 사실을 적발했다고 7일 밝혔다.

검찰은 회사 주금을 가장 납입한 혐의(상법 위반)로 사채 전주(錢主) 김모 씨(46·여)와 조모 씨(65·여) 등 2명과 주금 납입 알선업자 김모 씨(38) 등 3명을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또 알선업자 반모 씨(31) 등 7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전주 김 씨는 지난해 4월부터 올해 7월까지 J사 등 주금 가장 납입 알선업체에 1894억여 원을 빌려줘 1255개 주식회사의 주금을 가장 납입하도록 하고 그 대가로 4억여 원을 챙긴 혐의다.

조 씨는 J사 등에 619억 원을 빌려줘 391개 회사의 주금을 가장 납입한 혐의다.

또 알선업체 직원들은 사채업자의 돈을 주금 납입 명목으로 은행에 예치한 뒤 주금 납입 보관증명서를 발급받아 회사의 설립 등기를 마치는 즉시 이 돈을 다시 인출해 사채업자에게 돌려준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전국의 법무사 사무실에 홍보전단을 돌리는 등 ‘고객 유치’에도 나섰다고 검찰은 전했다. 이들 고객은 대부분 불순한 목적으로 회사를 차리고자 하는 사람들이다.

▽은행 등도 관련=깡통회사 설립에는 사채업자와 알선업자뿐 아니라 은행원과 법무사들의 도움 및 묵인이 있었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3개 지점에서 주금 가장 납입이 집중적으로 이뤄진 외환은행은 10월 말 금융감독원의 기관경고를 받았고 지점장 1명이 면직 처분되는 등 7명의 은행원이 중징계를 받았다.

검찰 관계자는 “은행 관계자들이 주금 가장 납입 사실을 알고도 자본금을 인출해 줄 경우 형사처벌이 가능하지만 이를 입증하지 못했다”며 “대신 금감원에 관련 내용을 통보했다”고 말했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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