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기업 경영권 위기’ 경제위기 키운다

  • 입력 2004년 11월 18일 18시 29분


코멘트
열린우리당이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정부 여당은 금융계열사 의결권 축소, 출자총액제한 유지 등 공정거래법 개정을 시장개혁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개혁’이 낳을 국가경제의 결과다. 기업이 외국자본으로부터 경영권을 방어하기 힘겨운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도 경제를 살리고 국부(國富)를 키우기는 어렵다.

기업에 경영권에 집착하지 말라며 경영권 불안을 가중시키는 것이 의결권 축소다. 투자를 늘리라며 투자를 제약하는 것이 출자제한이다. 기업더러 경영권에 신경 쓰지 말라는 것은, 정권더러 “민심이 떠났으니 물러가라”는 것보다도 해괴한 주문이다. 이헌재 경제부총리는 “외국 투기자본의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비해야 한다”면서도 기업의 방어 능력을 떨어뜨릴 공정거래법 개정은 막지 않고 “연기금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엉뚱한 얘기를 한다.

200대 상장회사 5개 중 1개가 외국자본의 적대적 M&A를 걱정한다. 매출 2조원 이상 31개사 중에선 11개사가 이런 불안을 호소했다. 경영권 방어 비용이 기술개발 투자의 10배에 이른다는 추계까지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측은 “외국인투자자들을 만나 보니 M&A에 관심 없더라”고 했다는 보도다. 예고하고 M&A를 시도하는 자본이 어디 있단 말인가.

기업이 자원과 노력과 시간을 경영권 방어에 빼앗기도록 제도적 사회적 환경을 악화시키면서 국가 성장잠재력을 키우고 경제를 회생시킨다는 것은 공염불에 가깝다. 국내 기업에 대한 규제만 강화하는 역차별은 국부 유출을 가속시킬 것이다. 외국 투기자본이 기업 경영권을 대거 장악하면 경제정책 운용도 국익(國益)이 아닌 외국자본의 이해(利害)에 따라 춤출 소지가 많다.

증시의 외국인 비중이 17%에 그치는 일본에선 지금도 강력한 자국기업 경영권 방어장치를 정부가 나서서 더 강화하려 한다. 미국과 유럽 주요국도 법제도로 자국 기업 경영권 방어를 지원하고 있다. 세계에 없는 ‘로컬스탠더드’를 개혁이라고 우기는 공정거래법 개악(改惡)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은 획기적인 기업 경영권 방어 대책을 서두를 때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