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명헌 현대상사 사장 “꽃뱀처럼 나날이, 재빨리 변신해라”

  • 입력 2004년 8월 16일 18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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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초 서울 종로구 신문로 흥국생명 빌딩 내 현대종합상사 사장실. 한 달 전 새로 취임한 전명헌(全明憲·사진) 사장은 직급별 사원 대표 10여명이 쏟아내는 건의 사항을 메모하느라 비지땀을 흘렸다.

직원들은 가슴에 담았던 말들을 쏟아내고도 이날 자리를 ‘상투적인 행사’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전 사장은 며칠 뒤 해외연수제도 등 건의 사항을 즉각 반영했고 7명의 직원이 다음달 비행기에 올랐다.

전 사장은 16일 집무실에서 본보 기자와 만나 “종합상사는 사상 초유의 ‘변곡점’에 서있다”며 “스피드 경영과 직원들의 열정이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열쇠”라고 강조했다.

또 “현대상사 워크아웃 졸업 시점도 채권단이 제시한 2006년보다 앞당길 각오”라고 밝혔다.

그의 말대로 지난해 9월 워크아웃에 들어가며 내리막길을 걷던 현대상사는 올해 상반기 4년 만의 흑자전환(영업이익 130억원)을 이루는 등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다.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해외에 자체 생산 공장을 갖추기로 하는 한편 외식, 패션사업 진출도 가속화하고 있다.

전 사장은 “종합상사는 과거 재벌그룹의 대외 수출입 창구에 불과했다”며 “이제 꽃뱀처럼 매일 매일 변화하지 못하면 ‘독립 경영’은 요원하다”고 설명했다.

변화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전 사장은 ‘솔선수범’을 첫손가락에 꼽았다.

“6월 중동지역의 위험이 고조됐을 때 출장을 강행했고 임원 회의를 아침 7시로 앞당긴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전 사장은 현대·기아차 해외영업에서 잔뼈가 굵었지만 최고경영자(CEO)로서는 초보 딱지를 떼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여직원들은 그에게 “이제야 회사가 움직이는 것 같다”는 말을 털어놓았다.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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