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藥은 괜찮나”…해외판금 의약품 유통 파문

  • 입력 2004년 8월 5일 18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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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판매 금지된 페닐프로판올아민(PPA) 이외에도 선진국에서 사용이 중지된 일부 성분이 포함된 의약품들이 국내에 유통되고 있다는 주장이 5일 당정회의에서 공식 제기돼 의약품 유해성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이에 따라 차제에 당국이 의약품의 안전성 문제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태=식품의약품안전청은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열린우리당, 보건복지부와의 당정협의에서 “PPA처럼 유해 여부가 검증되지는 않았지만 미국 등에서 유해 기준에 걸리는 성분이 든 의약품들이 국내에 유통되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이목희(李穆熙) 열린우리당 제4정조위원장이 발표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성분은 비염치료제인 테르페나딘을 비롯해 페몰린 난드로론 메타미졸소디움 네파조돈 시사프리드 등 6가지 정도.

테르페나딘의 경우 미국에서는 심장부정맥을 일으킨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1998년 시장에서 모두 회수됐으나 국내에서는 아직도 처방의약품으로 계속 유통되고 있다.

부작용 연구 결과가 나오자 식품의약품안전청은 2000년 1월 테르페나딘 120mg 단일제와 테르페나딘 60mg이 포함된 복합제에 대해 생산 및 판매를 금지했으나 테르페나딘 60mg 단일제는 계속 생산을 허용해 왔다.

과잉행동장애 치료제인 페몰린은 간독성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캐나다와 영국에서 회수 조치됐으나 국내에서는 아직도 허가 품목이다. 수술 뒤 사용하는 치료제 성분인 메타미졸소디움은 쇼크 위험성이 높아 미국 영국 등에서 회수 조치됐으나 식약청은 복합제 판매를 금지했을 뿐 단일제는 판매를 허용하고 있다.

▽논란과 대책=식약청은 이와 관련해 “모든 의약품은 부작용을 약간씩 수반하고 있다”며 “일부 성분에 대해서는 생산 잠정 중단 등 필요한 조치를 이미 취한 바 있다”고 밝혔다.

식약청은 올해 5월 소비자보호원이 “외국에서 회수 조치된 의약품 성분이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고 발표했을 당시에도 “의사 약사 소비자에게 새롭거나 크게 우려할 만한 사안이 아니며, 미국 이외의 유럽 각국에서는 여전히 허용되는 의약품도 많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그러나 의약·시민단체들은 “정부가 이번 기회에 유해성 논란이 일고 있는 의약품 성분에 대해 제조·판매 중지 조치 등과 함께 시장에서 관련 약품을 빨리 회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천문호(千汶浩) 회장은 “테르페나딘의 경우 복합제는 판매를 금지하면서도 단일제는 허용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라며 “대체 성분이 있는 상황에서 부작용 우려가 있는 성분을 굳이 허용하는 이유를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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