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對韓전략 ‘정면대응’ 2, 3년내 전자산업 위기 올수도

  • 입력 2004년 5월 28일 18시 23분


일본 정부나 기업이 도전에 대처하는 전략을 바꿨지만 한국은 이런 사실을 모르고 위기 불감증에 빠져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LG경제연구원은 28일 ‘일본 기업들이 다시 온다’ 보고서를 통해 일본기업이 한국이 쫓아오면 시장을 내주고 고부가가치 영역으로 넘어가던 전략에서 한국을 라이벌로 여기고 정면 대응하는 전략으로 바꾸고 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를 만든 김창현 책임연구원은 일본 기업과 정부의 달라진 경영전략과 산업정책으로 △시장선점형 투자 △맞춤형 제품 △소수 필승론 등을 꼽았다.

시장선점형 투자의 대표적인 사례는 샤프와 산요의 신규 투자. 2000년대 초반 LG와 삼성에 세계 1위 자리를 내준 샤프는 먼저 6세대 액정화면(LCD)라인에 1조엔(약 10조원) 이상을 투자했다. 6세대 관련 설비와 부품의 상용화 가능성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과감하게 투자한 것은 한국 업체를 물리치겠다는 의도.

2차전지 분야 시장점유율이 30%를 넘는 산요는 4위 업체인 GS멜코텍을 인수한 데 이어 대형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한국 업체가 추격해 공급과잉이 되더라도 1위를 지키겠다는 것.

경쟁을 회피하던 과거와 달리 일정기간 손해를 보더라도 규모의 경제와 높은 생산성으로 한국기업을 압박해 최후의 승자가 되겠다는 전략이다.

일본기업들은 일정한 유형을 연속으로 만드는 공급자 중심의 ‘시리즈 제품’ 전략도 폐기했다.

일본 휴대전화 업체는 한국기업처럼 유럽계 통신사업자가 요구하는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산요는 전용 생산라인까지 만들어 노키아가 주문한 상품을 24시간 이내에 공급하고 있다.

산업마다 5개 이상의 업체들이 공존하도록 배려하던 일본정부의 산업정책도 소수 필승론으로 바뀌었다.

일본정부는 후지쓰와 히타치의 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PDP) 합작, 파이어니어의 NEC PDP 사업부문 인수, 세이코 엡손과 산요의 LCD 부문 합병, 히타치조선(造船)과 NKK의 유니버설조선 설립 등을 지원했다.

지난해 일본 9대 전자업체가 모두 흑자를 내고, 일본기업들이 세계 디카폰시장의 59.6%를 차지하며 한국(14%)을 크게 앞서는 등 효과를 톡톡히 얻고 있다.

김 연구원은 “핵심기술과 원천기술 경쟁력에서 압도적 우위인 일본이 맞대응하면서 한국의 경쟁우위가 사라져가고 있다”며 “지금처럼 작은 성과에 취해 자만했다가는 2, 3년 내 전자산업이 위기를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병기기자 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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