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 안 팔린다” 자동차업계 재고 비상

  • 입력 2004년 5월 26일 15시 03분


극심한 내수 침체에다 고유가 사태까지 겹쳐 자동차 업계에서는 재고 줄이기에 비상이 걸렸다.

자동차 업계는 연간 승용차가 가장 많이 팔리는 시기인 5월에도 내수가 살아나지 않자 조업을 단축하며 재고량을 조절하고 있다.

업계는 또 출혈 마케팅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자동차 판매 시 제공하는 각종 할인 혜택을 6월부터 줄일 방침이어서 여파가 소비자에게도 미칠 전망이다.

▽98년 재고 상황 재현되나=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GM대우자동차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 등 국내 자동차 5개사에 따르면 올해 2월 국내 재고량은 11만8500대였다.

이는 국내 재고량이 월 12만대를 넘었던 98년 외환위기 직후 상황에 근접한 수치다.

자동차 회사들은 이후 수출 물량을 늘이면서 3, 4월 재고량을 10만5000대 안팎으로 줄였다.

하지만 국내에서 연중 자동차가 가장 많이 팔리는 5월에도 판매량이 감소한 것으로 집계되자 수출이 늘지 않으면 98년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우려다.

자동차 5개사는 각종 할인 프로그램을 동원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인 이달 1일부터 20일까지 4만8469대의 자동차가 팔려 지난달 같은 기간에 비해 4.1% 감소했다고 26일 밝혔다.

특히 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배기량 1500cc 이상 중 대형 승용차의 판매가 크게 줄어 재고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것.

▽업계의 대응=업계는 최근 재고를 줄이기 위해 조업 단축 등 비상조치를 취하고 있다.

GM대우차 부평 2공장은 이달부터 월 근무 일수를 4일 정도 줄이는 등 조업 단축에 들어갔다.

현대자동차도 4월부터 종전 재고량의 50%를 전략적 재고 물량으로 추가로 비축하기로 결정했으며 소형 상용차인 스타렉스 등 일부 내수용 차종을 생산할 때 잔업과 특근을 줄이기로 했다.

업계는 또 지금까지 공격적 마케팅이 별 효과를 발휘하지 못해 마케팅 비용만 늘었다고 판단하고 소비자에게 제공하던 각종 혜택도 줄일 계획이다.

GM 대우차는 6월부터 무이자 할부 및 마이너스 할부 프로그램을 중단키로 했다.

현대차도 수출 물량을 늘리면서 차종별로 수십만원씩 깎아주는 할인 혜택을 점차 줄일 계획이다.

쌍용차 역시 코란도 밴과 무쏘 밴 등에 대한 세금지원 프로그램을 다음 달부터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