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4년 5월 25일 18시 14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경기위축에도 불구하고 ‘나 홀로 호황’을 누리는 할인점 업계가 지자체 및 중소상인과의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계와 대우증권에 따르면 국내 5대 할인점의 점포 수는 2001년 107개에서 내년 말엔 226개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일부 업체가 진출을 포기하는 등 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다.
▽지자체 및 중소상인과의 갈등=롯데마트는 2000년 부지를 매입한 경북 구미점과 대구 수성점의 인허가 절차를 아직도 진행하고 있다. 이마트도 대구와 광주에서 2년째 인허가 문제로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업체마다 인허가가 지연돼 묶여 있는 부지가 2, 3개씩은 될 것”이라며 “업체당 1000억원씩의 자금이 그냥 묶여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대부분 지방 상인의 반발과 지자체의 이런저런 요구로 사업이 지연되고 있는 경우다. 이마트측은 “자치단체장의 치적을 위해 육교나 공원을 조성하라는 등의 무리한 요구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광주 진출을 포기한 한국까르푸 역시 표면적인 이유는 ‘사업성이 없다’는 것이지만 발단은 지자체와의 갈등으로 알려져 있다. 광주에 2개 이상의 점포를 내기 위해 지난해 나산클레프를 인수한 데 이어 방림동의 부지 매입을 추진했지만 4번이나 교통영향평가에서 통과하지 못하자 부지 매입을 포기해 버렸다. 까르푸측은 “지자체의 요구를 다 들어주면 초기 투자비용이 너무 많아 사업성이 없다”고 설명했다.
할인점의 한 관계자는 “최근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가 할인점의 지방 진출에 강력 대응키로 한 데다 정부 여당도 이런 분위기에 동조해 사업 확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땅값 상승으로 부지확보도 어렵다=최근 몇 년 새 크게 오른 땅값도 미리 부지를 확보하지 못한 후발업체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롯데마트측은 “수도권 상업용지는 2년 전 평당 500만원에서 지금은 1000만원으로 두 배가 되는 등 전국적으로 땅값이 크게 올랐다”고 말했다.
까르푸측은 “한국에서 경쟁력을 갖춘 부지를 찾기 어려워졌다”며 “한국의 투자여건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장기 투자계획을 수정해 다른 대안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LG투자증권 박진 애널리스트는 “최근의 정치적 분위기로 할인점 업계의 지방 진출이 다소 늦어질 수 있다”면서도 “재래시장 고객이 계속 할인점으로 옮겨오고 있어 할인점은 2006년까지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 |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정재윤기자 jaeyuna@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