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의 경제 이야기]내부자거래 끝은 개인신용의 몰락

  • 입력 2004년 5월 19일 18시 41분


코멘트
작년 2월 빵과 케이크를 만드는 미국 회사 인터스테이트가 실적 부진 발표를 했다. 주가는 단숨에 25% 폭락했다. 그런데 일주일 전 이 회사 주식 1만6000주, 23만달러어치를 팔아치운 사람이 있었다. 코네티컷주 UBS증권의 로버트 뷰케스였다.

뉴욕증권거래소는 공개되지 않는 회사정보를 이용한 주식투자로 돈을 버는 내부자거래 가능성을 추적했다. 그의 부친 가렛 뷰케스가 이 회사 이사로 재직 중이라는 사실이 금세 드러났다. 이들 부자(父子)는 매일 전화로 집안이야기나 사업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였다.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조사결과 그날도 부자간 통화가 있었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인터스테이트의 주주총회가 열리기 직전이었다. 아버지는 ‘해서는 안 될’ 이야기를 했다. “우리 회사 재무 상황이 좋지 않다. 네가 이런 주식을 갖고 있다면 다 팔아버려라.” 10분후 아들은 가족과 일부 고객 소유의 이 회사 주식을 팔았다. ‘해서는 안 될’ 거래였다.

지난달 뷰케스 부자는 내부자거래를 시인하는 대신 SEC에 벌금을 내고 합의했다. 아버지는 6만7000여달러, 아들은 13만7000여달러. 두 사람은 이미 작년 6, 7월 회사도 그만두었다. 5년간 금융업종 취업이 금지된 아들은 요즘 친구와 함께 주택수리업을 하고 있다. 부자가 서로 짜고 내부자거래를 한 것은 아닐지 모르지만 위법 사실이 드러나는 바람에 직장은 물론 ‘성실하다’는 주변의 평판도 잃었다.

월스트리트나 기업에서 은밀한 정보를 다루는 사람 중에 ‘아무도 모르겠지’라면서 이를 거래에 활용했다가 큰코다치는 ‘과똑똑이’가 많다고 SEC는 지적한다. 7년형을 살고 있는 임클론의 창업주 샘 왁살, 내부자거래 혐의는 벗었지만 조사 과정에서 거짓말을 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마사 스튜어트 같은 스타급만이 아니다. SEC가 잡아내는 내부자거래는 최근 수년간 매년 50여건이다.

1986년 내부자거래로 감옥에서 1년을 지낸 데니스 레빈은 자신의 경험을 경영대학원 학생들에게 들려주고 있다. 붙잡혔을 때의 당혹감을 설명하면서 그는 “그런 짓(내부자거래)을 하지 말라”고 잘라 말한다.

뉴욕=홍권희 특파원 konih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