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지업계 M&A바람…워크아웃 신호제지 이틀째 상한가

  • 입력 2004년 3월 28일 1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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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합병(M&A) 관련주들의 주가가 심상치 않다.

한동안 수그러들었던 M&A 재료가 주요 테마나 주도 세력이 없는 상황을 틈타 다시 고개를 드는 양상이다. 시장의 관심에서 멀어져 있던 중소형주를 중심으로 개별 주가가 갑자기 오르거나 빠져버리는 점도 특징.

제지업체 등 일부 종목의 M&A는 단순히 지분 경쟁 차원이 아니라 업계의 판도를 바꿔놓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제지업체로 옮겨 붙은 M&A 바람=신호제지는 26일 이틀째 가격제한폭까지 오른 3895원으로 장을 마쳤다.

최근 한솔제지와 신무림제지 등 8개 회사가 인수의향서를 낸 것으로 확인되면서 M&A주로 떠오른 결과다. 매각 작업은 채권금융기관이 보유한 1000만주 안팎의 신호제지 주식에 대해 공개 입찰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워크아웃이 진행 중인 이 회사의 인쇄용지 시장점유율은 약 20%. 신무림제지(시장점유율 20%)가 신호제지를 인수할 경우 한솔제지(26%)를 제치고 업계 1위로 자리바꿈을 하게 된다. 한솔제지측도 선두 자리를 지키겠다는 의사를 보이고 있어 향후 시너지 효과 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또 남한제지는 개인투자자 박주석씨가 ‘경영 참여’를 목적으로 주식을 사들이면서 24일까지 사흘 연속 상한가 행진을 펼쳤다.

박씨는 올해 초 이 회사를 인수한다며 6% 이상의 지분을 매입해 주가를 일주일 만에 두 배 가까이 끌어올렸던 장본인. 이후 최대주주를 상대로 낸 의결권 행사금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면서 지분을 거의 다 팔아치운 상태였다.

그런 그가 다시 주식을 사들이자 회사측은 공시를 통해 “(박씨의) 주식 재매입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니 주가 급등락에 유의해 신중히 투자하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경계심이 높아지면서 이날 주가는 하한가로 급변했다.

▽M&A 재료에 울고 웃고=제빵업체인 서울식품은 제2의 ‘수직 상승’을 시도하고 있다.

서울식품은 연초부터 적극적 투자에 나선 20대 경규철씨가 적대적 M&A를 선언해 관심을 끌었으나 50% 이상 자본잠식 상태가 확인되면서 주가가 급전직하한 종목. 그러나 경씨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지분을 29.97%까지 끌어올리며 최대주주로 올라섰고 자본잠식 문제도 해결되면서 주가가 7일째 급등세를 탔다.

반면 과거에 대표적인 M&A주로 치솟았던 종목들은 재료의 소멸과 함께 하락하고 있다.

쌍용차는 중국 란싱그룹과의 매각 협상 결렬이 발표된 당일 6% 이상 주가가 빠졌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사실상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되며 나흘째 큰 폭 하락했고, 대우증권도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팔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약세로 돌아섰다.

삼성증권 유욱재 연구원은 “개별 기업의 M&A 움직임간에 큰 연관성을 찾기는 힘들지만 전체적으로 구조조정 욕구의 상승 및 낮은 금리가 유리한 환경을 제공해 주고 있다”며 “이런 추세는 올해 더욱 본격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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