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산건설, 경영권 옛주인에게…대주주 경영권회복 첫사례

  • 입력 2004년 3월 28일 17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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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졸업한 벽산건설 경영권이 다시 옛 대주주에게 돌아간다.

외환위기 이후 많은 기업의 경영권이 채권단에 넘어갈 때 채권단은 조기 경영정상화의 조건으로 대주주에게 ‘주식 우선 매수권’을 줬다. 하지만 실제로 옛 대주주가 경영권을 되찾아간 것은 벽산건설이 처음이다.

28일 벽산건설 채권은행단에 따르면 채권단 보유 지분 68% 가운데 51%를 옛 대주주인 김희철(金熙喆·사진) 벽산건설 회장에게 매각하기로 최근 결정하고 다음달 2일경 주식 양수 계약을 할 예정이다.

매각 가격은 주당 5100∼5500원으로 총 1100억∼12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벽산건설은 1998년 외환위기 직후 자금난을 겪으면서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채권단은 김희근(金熙瑾) 당시 대표이사 부회장 대신 그의 형인 김희철 회장에게 경영책임을 맡기면서 회사가 정상화될 경우 채권단 지분을 우선 인수할 수 있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었다.

채권단은 벽산건설이 지난해 10월 워크아웃을 졸업하자 지난달 공개입찰을 실시했고 계약대로 김 회장이 우선 매수권을 행사하게 된 것.

채권단에 따르면 벽산건설이 옛 주인을 찾아가는 데 어려움도 많았다.

금융감독원이 벽산건설의 입찰 과정이 투명하지 않고 인수가격이 너무 싸다는 이유로 김 회장의 우선 매수권 행사에 제동을 걸고 나섰기 때문. 실제로 지난달 있었던 공개입찰에서 김 회장은 채권단의 출자전환금액이 주당 5000원인 데 반해 4010원을 제시해 헐값 매각이라는 시비를 낳기도 했다.

하지만 채권단이 요구한 주당 5100∼5500원을 김 회장이 수용하면서 협상은 타결됐다.

김 회장측은 최근 서울 중구 명동 중앙시네마극장 부지를 약 260억원에 매각하고 K사 등의 외부 펀딩을 받아 인수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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