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적 대책 마련해야-벤처 옥석 가리는 계기 되길”

  • 입력 2004년 3월 23일 20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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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5월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CBO) 상환 만기가 돌아오면서 국내 벤처업계들은 “그동안 정부 대책을 둘러싸고 소문만 무성했는데 이 기회에 하루빨리 교통정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정부도 벤처 지원에 따른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 논란을 우려하여 대책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량 벤처회사는 지원하고 불량 벤처회사는 과감하게 퇴출시켜 전체 벤처산업의 발전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대책 마련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와 관련해 코스닥등록기업인 D사 관계자는 “이런 문제가 자꾸 공론화되면 결국은 정부도 벤처기업을 살릴 길을 찾지 않겠느냐는 기대들을 많이 하고 있다”고 전했다.

A벤처사 김 사장은 “프라이머리 CBO를 둘러싼 정부의 대책이 어떻게 될지 몰라 요즘은 일손이 잡히지 않는다”며 “어떤 형태든 정부 대책이 빨리 나와 주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프라이머리 CBO에 담보를 제공한 기술신용보증기금이 부실을 만회하기 위해 비교적 건실한 기업들에 “채권에서 전환된 주식을 비싼 값에 사가지 않으면 시장에 내다 팔겠다”며 벤처기업을 압박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일각에서는 벤처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염려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컴퓨터 관련 사업을 하고 있는 C사 사장은 “죽어가는 기업까지 모두 지원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정부가 대책을 마련하되 옥석은 확실히 가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벤처산업만큼은 살려야 한다는 주장도 많았다.

한글인터넷주소 서비스를 제공하는 넷피아의 이판정 사장은 “다만 쓰러지는 기업 중에는 중요 기술을 가진 기업도 있을 텐데 이들 기업의 기술이 해외로 넘어가면 잠재적인 경쟁자를 키우는 꼴이 될 것”이라며 “정부가 옥석을 가리되 장기적인 안목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벤처기업협회 장흥순 회장(터보테크 대표)은 “현재는 벤처 거품이 걷히고 경쟁력이 강화되는 시점”이라며 “정부가 불확실성을 제거해 주면 벤처기업 환경이 더 좋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정부가 벤처를 지원해 준 것 자체가 모험이었던 만큼 국민도 정부의 벤처 정책이 정착할 때까지 시간을 좀 더 두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허진석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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