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감산결정]“2분기 유가하락 우려” 물량축소 先手

  • 입력 2004년 2월 11일 18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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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수출국기구(OPEC) 13개 회원국은 하루 2450만배럴의 원유를 생산한다. 세계 생산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3.1%.

4월 1일부터 250만배럴을 감산하기로 한 OPEC의 이번 결정은 초과 생산량만을 통제할 것이란 시장의 예상을 뒤집은 것이다.

▽밑져야 본전=현재 유가가 높은 수준인데도 OPEC가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계절적 비수기를 앞두고 미리 공급 물량을 축소해 급속한 유가 하락을 막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OPEC 의장국인 인도네시아의 푸르노모 유스기안토로 석유장관은 10일 “2·4분기(4∼6월) 북반구의 겨울철이 끝나면 수요 감소가 예상된다”면서 “가만히 두면 2·4분기에는 하루 300만배럴의 공급 과잉으로 유가가 떨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잔 남다르 잔가네 이란 석유장관은 “OPEC의 목표 가격선인 배럴당 22∼28달러를 유지하기 위해 감산 결정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밑져야 본전’ 전략이란 시각도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이문재 연구위원은 “3월에 결정해도 되는데 미리 결정한 것은 시장에 ‘엄포’를 놓아 가격을 올린 뒤 상황이 나빠지면 3월 총회에서 후퇴해도 손해 볼 게 없다는 ‘흑심’이 있다”고 분석했다.

▽내부 결속이 될까=오바이드 알 나세리 아랍에미리트 석유장관은 “4월 감산은 절대적”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의 장담이 100% 실현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OPEC의 감산 결정이 제대로 이행된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1998년 3월 유가가 10달러대로 곤두박질치자 생산량을 크게 줄이기로 했지만 총회 후 생산량은 오히려 하루 85만배럴이나 늘었다. 이런 전례를 감안해 런던시장에서 11일 북해산 브렌트유 3월 인도분이 오전(현지시간) 중 전일보다 하락한 29.82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대신경제연구소 김영익 투자전략실장은 “회원국들이 재정의 대부분을 석유 수출에 의존하고 있어 실제로 쿼터를 지키는 나라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2002, 2003년 사우디를 제치고 세계 최대 석유생산국이 된 러시아도 변수.

이 연구위원은 “이라크가 생산 능력을 회복하고 러시아가 석유생산량을 크게 늘리면 OPEC 결정은 효과를 보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수입국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OPEC의 감산 결정 후 숀 매코맥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산유국들이 미국 경제를 해치는 조치를 취하지 않기를 바란다”면서 “유가는 시장의 힘에 의해 결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호갑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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