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동향'자료 하루전 유출…정부 통계관리 구멍

  • 입력 2004년 1월 30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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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주요 경제통계의 일부 내용이 정부의 공식 발표 전에 증권가에 유포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이 자료는 발표 주체인 통계청 외에는 청와대와 재정경제부만 알고 있던 내용이어서 정부의 자료관리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0일 통계청 및 증권가에 따르면 통계청이 발표하는 자료 가운데 증권 환율 등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큰 ‘산업활동동향’ 자료가 전날인 29일 오후 증권가에 인터넷 메신저 등을 타고 유포됐다.

이 자료는 30일 오전 8시30분 이후에 활용하도록 정해져 있었으며 담당기자들에게도 이 시간에 배포됐다.

29일 증권가에 떠돌아다닌 수치(數値)는 ‘산업생산 10.4% 증가, 경기선행지수 2.5% 증가, 공장가동률 80%’다. 다음날인 30일 발표된 수치 가운데 산업생산과 경기선행지수는 소수점 이하까지 일치하고 공장가동률도 80.9%로 거의 비슷하다.

이들 통계는 산업 및 경기와 관련된 움직임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증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특히 증시가 열리고 있는 상황에서 만약 누군가가 미리 내용을 알았다면 주식투자에 활용할 수 있는 ‘내부 정보’ 성격도 갖고 있다.

한 펀드매니저는 “29일 증시가 끝난 오후 3시 직후에 관련 인터넷 메신저를 통해 이 수치를 받았다”며 “그 자료가 다른 곳에서 돌다가 내가 받았다면 증시가 열리고 있던 시간에 내용을 미리 안 사람도 있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승우(申昇雨) 통계청 산업동향과장은 “29일 오후 2시 이후 청와대와 재경부에 전자메일로 자료를 제공했다”며 “이들 자료는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커 인쇄소를 포함해 자료 작성과 배포과정에서 극도의 보안을 지키기 때문에 통계청에서 유출됐을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정부 통계자료의 유출에 대해서는 금감원이 관여할 사항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김광현기자 kkh@donga.com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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