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주면 협력社 입찰권 박탈"…'선물 안주고받기 운동' 확산

  • 입력 2004년 1월 14일 18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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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는 5일 서울 본사를 포함해 포항과 광양 사업장에 선물반송센터를 설치했다. 28일까지 운영되는 선물반송센터는 협력사들이 임직원들에게 보낸 설 선물을 돌려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포스코는 지난해 추석 때도 선물반송센터를 운영, 85건의 선물을 되돌려 보냈다. 당시 이구택(李龜澤) 회장도 멸치 한 상자를 반송했다. 임직원들은 회사 내 ‘기업윤리실천사무국’이 만든 ‘선물처리 매뉴얼’까지 반드시 숙독해야 한다.

설 명절을 앞두고 ‘선물 안받기 운동’을 펼치는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다. 윤리경영이 확산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14일 설을 앞두고 3200여개 협력업체에 ‘선물 안받기 운동’ 협조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윤리경영에 적극 협력하는 업체에는 입찰을 할 때 추가점수를 줄 방침이다.

금호아시아나는 직원에게 선물을 돌리다가 두 번 이상 적발된 협력업체는 입찰참여 자격을 박탈하는 ‘2진 아웃제’를 실시하고 사내 인터넷 고발코너도 신설하기로 했다.

백화점 등 유통업체는 업종의 특성상 수많은 협력업체의 명운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에 과거에는 거래처의 선물공세가 상대적으로 많았던 것이 사실.

그러나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몇 년 전부터 윤리경영을 적극 추진하면서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구학서(具學書) 사장은 최근 6000여개 협력업체에 협조공문을 보내면서 “그동안 윤리경영에 협조해줘서 고맙다. 그러나 일부 협력업체는 비윤리적인 일을 했다가 적발돼 거래상의 불이익을 당했으며, 불미스러운 일에 관련됐던 신세계 임직원은 회사를 떠나는 불행한 일도 있었다”고 밝혔다.

롯데백화점도 설 명절을 앞두고 직원들이 회사 인트라넷에 접속하면 ‘선물을 주지도 받지도 맙시다’는 팝업 창이 뜨도록 했다. 이와 함께 사내 감사팀이 직원들을 상대로 ‘감시의 눈’을 떼놓지 않고 있다.

LG전자도 조만간 윤리위원회 사무국 명의로 전 직원에게 e메일을 보내 “명절을 앞두고 선물을 주지도, 받지도 말자”는 내용을 강조할 계획이다.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이병기기자 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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