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호씨 감방서도 "회장님"…휴대전화로 주식매집 업무지시 '옥중 경영'

  • 입력 2003년 12월 23일 18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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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호 게이트’로 수감 중인 지앤지(G&G)그룹 전 회장 이용호(李容湖)씨가 구치소에서도 주가를 조작하고 주식을 사들여 회사를 인수하는 ‘옥중 경영’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구치소 변호인 접견 과정에서 이씨에게 휴대전화와 증권조회용 데이터 통신 단말기(PNS)를 제공해 재산관리를 도운 ‘집사 변호사’의 도움으로 가능했다.》

서울지검 특수3부(곽상도·郭尙道 부장검사)는 변호인 접견권을 악용해 이씨의 재산관리를 돕고 수임료 등 2억900만원을 받은 혐의로 변호사 김모씨(30)를 구속기소했다고 23일 밝혔다.

▽이용호씨의 ‘옥중 경영’=이씨는 거의 매일 오전 오후 두 차례에 걸쳐 접견 온 김씨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업무지시를 내리고 증권단말기로 주식거래를 했다. 이씨는 오전에 단말기를 건네받아 감방과 접견실에서 사용하다 오후에 돌려줬다. 단말기 조회 건수가 2만회를 넘을 정도였다.

이씨는 자신이 소유한 ‘G&G 구조조정’ 회사가 99% 출자한 지엠홀딩스를 내세워 ㈜대호 등 코스닥에 등록된 3개 기업의 경영권을 확보하고 1개 기업의 최대 주주가 됐다.

검찰 관계자는 “이씨가 인수한 회사는 인수 직후 주가가 급등했다”면서 “이씨가 차명계좌를 통해 시세를 조작했는지에 대해 금융감독원에 조사를 의뢰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또 자신이 한때 대표로 있었던 삼애인더스의 경영권 회복을 시도했다. 코스닥 등록 기업인 ㈜디에이블 주식을 무차별적으로 사들여 이 회사 주식 33만주를 삼애인더스 주식 226만주와 맞교환(스와프)하는 방식으로 삼애인더스의 경영권을 노렸다. 하지만 삼애인더스 주총에서 소액주주들이 이씨의 경영권 회복에 반대해 이 시도는 무산됐다.

검찰은 지난달 초 이씨를 이런 혐의로 추가 기소했으며 서울구치소에서 안양교도소로 이감했다.

이씨는 회사 돈 수백억원을 횡령하고 주가조작 등을 한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 6년6개월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다. ‘이용호 게이트’는 2001년 이씨가 자신의 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와 금감원의 조사를 막기 위해 정관계에 로비를 벌인 사건이다.

▽법조 비리 백태=이씨의 변호인인 김씨는 경남건설 김인태 회장에게 190회, 주택공사 권해옥 전 사장에게 45회에 걸쳐 휴대전화를 빌려 주는 등 수감자 9명에게 돈을 받고 휴대전화를 빌려 준 혐의도 받고 있다.

변호사 강모씨(46)는 지난해 8월부터 서울구치소 접견시 시티건설 이모 사장 등 수감자 5명에게 1인당 500만원씩 모두 2500만원을 받고 124차례에 걸쳐 휴대전화로 통화하도록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강씨는 담당교도관들에게 휴대전화 사용을 묵인해달라며 400만원을 전달한 혐의도 받고 있다. 그는 또 무선랜이 장착된 노트북 컴퓨터를 변호사 업무용인 것처럼 가장해 접견실에 반입해 경제사범들이 이를 사용하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변호사 배모씨(46)는 재판부 로비 명목으로 2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구속 기소된 이들 변호사 3명 외에 다른 변호사 3명 등 법조비리 사범 15명을 적발해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 가운데 수감자에게 특별접견 허용 등 편의를 봐주거나 부정 통화를 묵인해준 전 김천소년교도소장 김모씨(54)와 서울구치소 간부 김모씨(55)가 포함돼 있다. 검찰은 기소된 변호사 6명과 무자격자를 사무장으로 고용해 선임계 없이 사건을 수임한 변호사 유모씨 등 7명의 명단을 대한변호사협회에 통보해 이들에 대한 징계를 요청했다.

황진영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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