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투자포인트]"경쟁서 이긴 1등기업 주목하라"

  • 입력 2003년 12월 14일 17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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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고수(高手)들은 어떻게, 왜 수익률 게임에서 실패를 할까?’

개별 종목의 가치를 꼼꼼히 따지는 가치투자자는 경기 사이클에 따라가는 ‘모멘텀’ 투자자보다 실패 위험이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가치투자자들에게도 가슴 아픈 실패담이 하나씩은 있다.

연말 수익률을 점검하는 펀드매니저들의 이 같은 경험을 뒤집어 보면 새로운 투자 전략 수립에 활용할 수 있다.

▽시장지배력의 중요성 간과=국내 가치투자의 대표주자인 동원투신운용 이채원 투자자문실장은 실패 사례로 경동보일러를 들었다.

주식 매입을 시작한 작년 말 경동보일러는 꾸준한 이익 증가에도 불구하고 주가수익비율(PER)은 2배 미만으로 저평가된 상태였다. 그런데 올해 실적이 예상과는 달리 둔화되기 시작하더니 주가도 탄탄한 상승세를 보여주지 못했다.

올해 린나이, 귀뚜라미, 롯데 보일러 등과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시장 지배력이 약해졌던 것. 이 실장은 “기업의 독점적인 가격 결정력, 즉 ‘프랜차이즈’의 중요성을 간과했다”며 “2004년 투자전략을 짤 때는 경쟁을 벌이는 기업은 피하고 살아남은 1등 기업을 더 주목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택한 종목에 대한 확신 및 인내심 부족=VIP투자자문은 한국신용평가정보를 작년 1만7000원대에 사서 올해 ‘적정 수준’이라고 판단한 2만5000원대에 팔았다. 그러나 한신평정보는 개인 부실채권이 늘어나면서 채권추심 분야의 이익이 크게 늘어났고 개인신용평가(credit bureau) 사업도 호조를 보여 상승세가 계속 이어졌다. 이 종목의 주가는 최근 3만9000원 이상까지 올라갔다.

하나은행도 비슷한 경우. 올해 초 SK글로벌(현 SK네트웍스) 분식회계 사건으로 주가가 8000원대까지 급락했다가 현재 2만2500원까지 올라왔다. VIP투자자문은 바닥에 샀지만 목표가격이었던 1만3500원 수준에서 팔았다. “경영진의 위기대처 능력과 프라이빗 뱅킹(PB) 등 분야의 높은 인지도 등을 읽어내지 못하고 기업 가치를 너무 보수적으로 평가했다”는 것이 VIP투자자문측의 평가다.

▽막연한 기대감과 미련=상반기 인터넷주 투자로 상반기 큰 수익을 낸 B&F투자자문이 실패 사례로 꼽은 것은 SK텔레콤 등 통신주. 김석규 사장은 통신주에 대해 “고성장세가 꺾였다는 점 등을 과소평가해 미련을 못 버린 결과”라고 설명했다.

프랭클린템플턴 투신운용의 오성식 상무는 처분되지 않은 땅 등 숨겨진 자산이 있는 A기업이 수익을 내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이 크게 낮은 저평가 기업이었지만 보유한 땅을 활용 혹은 처분하지 않아 오히려 기업가치를 갉아먹는 결과가 나온 것.

오 상무는 “저평가된 주가가 올라갈 ‘촉매제’는 기업가치 상승에 대한 경영진의 의지”라며 “막연히 저평가됐다는 이유만으로 투자하면 수익을 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가치투자 7가지 체크 포인트 ▼

1. 자기가 이해할 수 있는 제품이나 사업구조인지 확인하라.

2. 주식이 대박을 노리는 복권이 아니라 기업의 소유권임을 기 억하라.

3. 복리의 힘을 이해하고, 안정적인 수익률을 장기간 누리도록 투자 전략을 짜라.

4. 배당수익률이 은행이자보다 높은 종목에 주목하라.

5. 폭락장은 주식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6. 강력한 경쟁자가 없고 사업모델이 독과점적인 회사를 골라라.

7. 종목에 대한 확신이 섰으면 증시 등락에 좌지우지되지 말고 결실을 볼 때까지 기다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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