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행복한 세상] 쇼핑몰 '대박상품' 찾아…朴대리의 희노애락

  • 입력 2003년 11월 19일 16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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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기술(IT) 제품에 관한 한 ‘미다스의 손’인 CJ몰 MD 박진우 대리. 그는 “요즘에는 IT제품도 워낙 보편화돼 특이한 아이디어 상품 위주로 선물을 고르는 추세”라고 말한다. 사진은 5.1채널(5개의 스피커와 1개의 중저음 스피커) 음향으로 영화나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헤드폰 ‘MM기어’(MP5010M)가 그의 손 위에 둥둥 뜬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가는 실로 매달아 촬영했다. 나성엽기자 cpu@donga.com

정보기술(IT) 제품에 관한 한 ‘미다스의 손’인 CJ몰 MD 박진우 대리. 그는 “요즘에는 IT제품도 워낙 보편화돼 특이한 아이디어 상품 위주로 선물을 고르는 추세”라고 말한다. 사진은 5.1채널(5개의 스피커와 1개의 중저음 스피커) 음향으로 영화나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헤드폰 ‘MM기어’(MP5010M)가 그의 손 위에 둥둥 뜬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가는 실로 매달아 촬영했다. 나성엽기자 cpu@donga.com

둘은 열렬히 사랑했다. 싸우지도 않았고, 성격이 안 맞는다는 생각도 해 본 적이 없었다. 1995년. 그는 그러나 10여년간 사귀어 온 애인과 헤어졌다. 박진우 대리(31). 그의 20대는 그렇게 절정을 지나쳤다.

:애·愛·哀: 인터넷쇼핑 CJ몰(www.cjmall.com)의 상품기획자(MD)인 그는 94년 PC통신으로 PC를 판매하는 통신판매 업체의 관리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삼성전자의 워드프로세서 ‘훈민정음’과 각종 게임, 조립PC 등을 전화나 PC통신으로 주문을 받아 팔아오던 중이었다. 1년여 만에 회사가 부도를 냈다. 그러자 평소 그의 성실성을 높이 평가해 온 거래처 삼성전자가 그를 불렀다.

삼성은 그에게 신제품에 대한 심미안(審美眼)과 일에 대한 열정을 샀고, 그는 회사에 자신의 밤과 낮을 팔았다.

소프트웨어 판매 사이트를 구축하는 태스크포스에 들어간 그는 매일 새벽별을 보고 퇴근한 뒤, 같은 별을 보며 출근했다. 삼성물산의 임직원 전용 쇼핑몰까지 만들어야 했던 그는 일요일이 빨간 날이라는 것까지 잊었다.

그렇게 1년여를 지낸 뒤 모처럼 쉬는 빨간 날 그는 그녀에게 전화했다.

‘방금 거신 전화번호는 결번이오니….’

그녀도 그를 찾지 않았다.

:희·喜: 천성적으로 뭐든 새로운 것을 찾아 만들고 부수고 조립하는 것을 좋아하는 그에게 정보기술(IT) 제품 전문 MD는 천직이다. 그는 본능적으로 사람들이 뭘 좋아할지를 알았다. 그가 진열한 상품은 대부분 히트를 쳤다.

작년 CJ몰로 스카우트된 지 얼마 안 됐을 때였다.

용산 전자상가에서 우연히 그의 눈에 어항 같은 게 띄었다. 자세히 보니 거대한 진공관 같기도 했고. “‘단가’는요?” “많이들 ‘매입’ 하나요?” “온라인에서도 ‘유통’합니까?”

소비자라고 하기에는 어색한 단어가 섞인 자세한 질문과 답변 끝에 그 제품이 투명한 유리를 소재로 만든 ‘하만카돈’사의 고급 스피커라는 것과 유통사는 애플컴퓨터사라는 것, 그리고 값이 비싸 잘 안 팔린다는 것을 알아냈다. 하지만 애플은 철저하게 오프라인 중심으로 제품을 팔기로 유명한 기업.

애플을 어떻게 설득해야 할까, 골머리를 싸매던 그에게 기회가 왔다. CJ몰의 서정 이사가 “애플 임원으로 있는 친구와 점심을 하기로 했는데 같이 가자”며 부른 것.

“제품만 주신다면 다양한 무이자 할부혜택을 통해….”

다음달부터 CJ몰에서 ‘하만카돈’의 스피커 ‘사운드스틱’은 월 100여대가 팔려나가고 있었다.

:노·怒: 다국적 기업인 컴퓨터 제조업체 H사의 박모 과장이 최신 노트북PC를 들고 그를 찾아와 “CJ몰 단독으로 제품을 시판토록 해 주겠다”고 제안해 왔다. CJ몰측은 거금을 들여 이 제품만을 위한 이벤트 사이트를 구축하며 대대적인 선전에 나섰고, 발매 첫날 상당량의 주문을 받는 데 성공했다.

또 한번 그는 자신이 올린 제품이 팔리는 것을 보며 가슴 뿌듯해했다. 다음날, 어제 들어온 주문의 80%가 취소된 것을 본 순간 그의 보람도 취소됐다. H사는 경쟁업체인 L쇼핑과 양다리를 걸쳤고, L사가 CJ몰보다 두 배 높은 적립금을 약속하자 고객들이 모두 그쪽으로 몰려간 것이었다.

그는 그 길로 박 과장을 찾아가 부들부들 떨며 따졌다.

“헤어진 애인은 다시 올 수 있지만, 한 번 등 돌린 고객은 절대로 안 돌아온다고요!”

최근 약속대로 H사는 최신 PC의 독점판매권을 줬다. 그는 쇼핑몰 내에 H사 전용 코너를 꾸며주는 것으로 보답했다.

:락·樂: 쇼핑몰이 워낙 많고 가격 싼 곳은 더 많기 때문에 웬만큼 특이한 제품이 아니면 팔리지 않는 게 요즘 인터넷쇼핑몰 업계 분위기. 쉬는 날이면 그는 PC에 매달린다. 컴퓨터 관련 동호회나 제품 비교 사이트 등을 찾아다니면서 쇼핑몰에 올릴 제품을 찾는 게 그의 휴일 일과다. ‘이거다!’ 싶은 제품은 평일 사무실에서보다는 휴일 집에서 더 자주 찾아진다.

남들이 갖고 싶거나 선물하고 싶어 하는 제품을 찾는 데 도사인 그는 그러나 95년 이후 피붙이 아닌 사람에게 선물을 사 줘 본 적이 없다.

“여자 친구요? 많아요. 가끔씩 모임에서 만나서 맥주 마시고 얘기 나누고…. 그런데 걔네들이 뭐 애인인가요? 선물을 사주게….”

나성엽기자 cpu@donga.com


(왼쪽부터) 타이코 라디오, MM기어, 하만카돈 사운드 스틱

▼박 대리가 권하는 연말 IT선물▼

박진우 대리가 권하는 IT 선물들. 그는 “많은 사람들이 PC, 게임기 등 하드웨어는 기본으로 갖고 있기 때문에 올 연말은 주변기기나 액세서리를 선물로 권한다”고 말한다.

▽조명라디오(1만6000원)= ‘홀맨’처럼 생긴 둥근 얼굴에서 예쁜 시계가 나온다. 뒤통수를 누르면 무드등과 같은 예쁜 불빛이 나와 플래시로도 사용할 수 있다.

▽타이코(TYKHO)라디오(10만원)=단순한 디자인의 AM FM 라디오. 표면이 고무로 돼 있어서 떨어져도 잘 고장이 나지 않으며 물에 닿아도 괜찮다. 뉴욕 현대 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예술품이기도 하다.

▽디티에스 DivX&DVD콤보 플레이어(26만4000원)=인터넷에서 다운로드한 DivX 형식의 영화파일을 CD롬에 복사한 뒤 틀어볼 수 있는 장치. DivX 파일은 PC에서 감상하는 게 보통이지만 이 기계를 이용하면 거실의 홈시어터로 볼 수 있다.

▽MM기어(MP5010M·13만5000원)=5채널 이상의 사운드카드가 장착된 PC나 홈시어터, 플레이스테이션2 엑스박스 등 DVD기반의 게임기에 연결해서 입체음향을 들을 수 있는 헤드폰. 헤드폰 내에 장착된 6개의 스피커가 음을 나눠서 재생, 마치 극장에서 듣는 것과 같은 음향효과를 낸다.

▽하만카돈 사운드스틱(APVM8001·27만5000원)=투명한 유리로 만든 컴퓨터 전용 스피커. 중저음 스피커와 두 개의 일반 스피커로 구성돼 있으며 지나친 고음과 너무 낮은 저음을 배제, 편안한 음악감상이 가능하다.

▽JBL 크리쳐화이트(17만6000원)=워크맨이나 휴대용 MP3 플레이어 등에 연결해 사용할 수 있는 스피커. 제품의 특정 부위를 손끝으로 톡톡 치면 볼륨과 음질을 조절할 수 있는 터치 방식 스위치가 달려있으며 스위치를 켜면 제품 밑으로 은은한 불빛이 흘러나온다.

나성엽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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