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엘리베이터 1000만주 유상증자 계획]반격카드 성공할까

  • 입력 2003년 11월 17일 18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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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은 현대엘리베이터 회장의 ‘현대엘리베이터 국민기업화’ 방침에 따라 현대그룹 경영권 분쟁은 ‘KCC의 일방적인 승리’에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이번 1000만주 유상증자에서 기존 주주 우선배정이 아닌 일반공모 방식을 선택했다. 만약 기존 주주가 증자에 참여하고 싶으면 일반인들과 똑같이 1인당 200주까지만 가능하다.

지금까지 양측의 싸움 덕분에 현대엘리베이터 주가가 올라 소액주주들은 덕을 봤다. 그러나 유상증자가 강행되면 손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현 회장의 묘수 성공할까=일반공모 방식을 택한 것은 KCC로부터 우선배정 기회를 박탈하기 위해서다. 어차피 현 회장측의 자금동원 능력이 떨어져 증자참여가 힘든 만큼 아예 기존 주주의 참여기회를 제한해버린 것. ‘물타기’를 통해 KCC와 현 회장의 지분을 동시에 낮춰버리는 고육지책이다. 이렇게 되면 확실한 지배주주가 없어진다.

현 회장은 나아가 ‘현대엘리베이터 우리사주조합 20% 우선배정’이라는 묘수를 찾아냈다. 최소한 직원들은 현 회장을 지지할 것이라고 본 것. 1000만주 증자가 성공하면 우리사주조합의 지분은 12.8%로 높아져 최대주주가 된다.

이와 함께 현대아산 택배 증권 상선 등 5개 현대그룹 계열사 사장이 이번 증자를 결정한 것도 큰 우군이다. 현대증권 노조가 17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KCC의 경영권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않는다면 내년 정기주총에서 소액주주들과 연대해 반대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힌 것도 현 회장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일반투자자 새우등 터질라=KCC는 ‘허를 찔렸다’며 당황해하는 기색이다. KCC는 이날 현대엘리베이터측의 발표에 대해 “정확한 내용을 파악한 뒤 조만간 입장을 정리해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증자성공 가능성. 물타기가 되려면 일반공모가 성공해야 한다. 현 회장측이 사업성이 떨어지는 대북사업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상황에서 과연 일반공모가 잘 될지는 불투명하다.

여기에다 현대엘리베이터의 총 발행 주식 수는 현재 561만주인데 1000만주를 새로 발행하면 주식 수가 급격히 늘어나 주가는 큰 폭으로 떨어지게 된다. 실제로 대규모 증자소식에 현대엘리베이터의 주가는 이날 9.68%(5700원) 떨어진 5만3200원에 마감했다. 일반투자자로서는 고래(KCC 정상영 명예회장과 현 회장)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꼴이다.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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