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5대기업 수사]‘대선후원금 저수지’ 비자금 조준

  • 입력 2003년 11월 12일 18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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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대선 당시 SK그룹으로부터 불법 선거자금 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열린우리당 이상수 의원(가운데·전 민주당 선대위 총무본부장)이 12일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 청사로 출두했다. -원대연기자
지난해 대선 당시 SK그룹으로부터 불법 선거자금 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열린우리당 이상수 의원(가운데·전 민주당 선대위 총무본부장)이 12일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 청사로 출두했다. -원대연기자
삼성 SK LG 현대자동차 롯데 등 이른바 ‘5대 기업’이 지난해 한나라당과 민주당에 제공한 공식 후원금이 공개됨에 따라 검찰의 불법 대선자금 수사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양당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한 후원금 내용을 중요한 수사 단서로 삼고 있다.

양당의 회계장부에 나타난 후원금이 적법하게 처리됐어도 이를 통해 대선자금 불법 모금에 관한 비밀의 일부를 밝혀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선관위에 신고된 대 그룹 후원금
구분한나라당(2002년)민주당(2002년 11,12월)
삼성20억원10억원
SK8억원25억원
LG30억원20억원
현대자동차3억원10억원
롯데20억원7억원
합계81억원72억원

검찰은 우선 후원금의 유입 경로를 밝혀내기 위해 이 돈이 나온 계좌를 추적하는 한편 관련자 진술 등을 통해 각 기업이 후원금을 어디에서 마련했는지를 캐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당에 입금되기 전 세탁됐거나 출처가 불분명한 자금을 일부 찾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돈은 기업이 지난해 대선 때 양당의 대통령 후보를 겨냥해 별도로 마련한 비자금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수사팀의 판단이다. 삼성 SK 현대차가 계열사 임원 명의로 민주당에 제공한 자금도 이 범주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또 일부는 정당 차명계좌를 통해 입금되는 등 비정상적으로 전달된 정황도 드러났다. 민주당의 2개 이상의 차명계좌에 40억∼50억원가량의 거액이 입금된 정황이 포착된 것도 단적인 사례다.

검찰은 양당이 대선 이후 선거 자금을 중앙선거관리위에 축소 신고했을 가능성도 조사할 방침이다.

특히 양당간 후원금의 차이가 큰 기업이 집중 조사 대상으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본보 취재팀의 확인 결과 현대차는 한나라당에 후원금 3억원을 낸 반면 민주당에는 10억원을 제공했으며 한나라당에 20억원을 낸 롯데는 민주당에는 7억원을 제공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이와 함께 민주당에 1억원씩을 기부한 태평양종합건설이나 굿모닝시티의 경우 대선이 끝난 뒤에 영수증이 발급된 것으로 알려져 그 경위에 대한 조사도 불가피하다.

검찰이 앞으로 5대 기업의 비자금을 적극 조사할 경우 정식 후원금 8억원과 함께 비자금 100억원을 한나라당에 전달한 SK의 경우처럼 공식 후원금 외에 별도로 비자금을 여야 정당에 전달한 기업이 적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관련, 검찰 관계자는 “각 당이 문제의 소지가 적은 돈은 후원금으로 처리하고 기업 비자금은 은밀한 경로를 통해 별도로 전달받았을 가능성이 크다”며 “공식 후원금은 수면 위로 드러난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검찰이 기업 비자금 조사를 마무리한 뒤 정당 계좌를 본격 추적할 경우 정당 회계장부에 나타나지 않은 다른 자금도 밝혀질 것으로 검찰은 기대하고 있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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