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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10월 27일 18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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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10일까지 외국인들이 134일 동안 한라공조 주식을 사들였고 주가도 99.1% 오른 것. 다임러크라이슬러의 중형 세단 75만대에 에어컨 부품을 납품하게 된 것이 주요 원인.
회사측은 “1999년 대주주가 된 세계적 부품회사 비스티온 덕분”이라고 말했다. 삼성증권은 비스티온과의 공조에 힘입어 한라공조의 직수출 비중이 2002년 말 매출의 13%에서 2005년엔 20%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몇 해 전 완성차 업계의 구조조정으로 휘청거렸던 국내 자동차 부품업계가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외국자본의 투자가 증가하면서 해외 마케팅과 기술력도 강화한 때문. 여기다 삼성이나 대우 등 완성차의 해외매각은 부품업체의 경쟁력을 세계무대에 알리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 부품업체의 글로벌화=동양기전은 주력 납품처였던 옛 대우자동차가 GM으로 인수되면서 영업이 위축됐다. 하지만 올해부터 GM에 연간 3150만달러어치의 부품을 직수출하면서 상황은 급반전됐다. 동양증권 강상민 애널리스트는 “내수침체에도 불구하고 9월 말까지의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28.8% 늘었다”며 “동양기전은 GM이 대우차를 인수하다 발굴한 업체”라고 말했다.
평화산업은 1998년 말 독일의 플로이덴버그가 합작 투자해 성공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올해부터 2008년까지 965억원어치의 방진(防塵)제품을 다임러크라이슬러 폴크스바겐 등에 수출하는 것. 회사측은 “98년 이전에는 직수출이 없었지만 지금은 10여개에 이른다”고 “직수출 비중이 작년 말 매출의 3%에서 2005년에는 10%선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 업체에만 의존해선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감과 현대·기아차가 해외시장을 겨냥해 부품업체에 기술력을 높이라고 요구한 것도 글로벌화를 부추겼다.
▽자동차업계의 지각 변동=외국계로 넘어가는 부품회사가 늘어나면서 전속계열 관계도 무너지고 있다.
현대차는 1998년까지 에어백과 안전벨트의 70%를 델파이오토모티브성우(옛 성우)에서 납품받았지만 현재는 40% 수준으로 낮췄다. 경쟁을 통해 납품을 받는다는 원칙 때문.
한편에선 외국계로 넘어간 부품업체가 완성차의 요구를 듣지 않아 납품 업체를 바꾸는 일도 생기고 있다. 불평등한 하청-종속 관계가 서서히 해소되고 있는 것이다.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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