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배 의원 “이재현 前재정국장이 직접 돈 실어갔다”

  • 입력 2003년 10월 26일 21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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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최돈웅 의원은 지난해 10월 SK그룹측에 정치자금을 요청하면서 액수를 특정하지 않고 ‘많을수록 좋다’는 뜻을 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 의원이 김창근(金昌根) 당시 SK그룹 구조조정본부장에게서 돈을 받은 직후 승합차로 이를 실어갔던 한나라당 당직자는 이재현(李載賢) 전 재정국장으로 그는 “돈을 가져가라”는 최 의원의 지시에 따라 움직인 것으로 드러났다.

한나라당 김기배(金杞培) 재정위원장은 25일 본보취재진을 만나 “최근 최 의원과 이 전 국장을 만나 이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며 뒷얘기를 전했다. 김 위원장은 2000, 2001년 사무총장 시절 이 전 국장의 직속상관이었으며 최 의원은 선거 당시 재정위원장으로서 이 전 국장에게 지시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세 사람은 모두 경기고 선후배 사이다.

김 위원장의 설명은 최 의원이 지금까지 “당 재정국에서 돈을 전달받아 달라고 말했고, 돈도 가져갔다”며 자신은 단순 중개자 역할에 그쳤다고 주장한 것과는 다른 것으로 최 의원의 역할이 더 컸음을 시사한다.

김 위원장은 “최 의원은 당초 SK그룹측에 지원규모에 대해 다다익선(多多益善)이란 뜻을 전했다”며 “최 의원이 그룹으로부터 비자금 100억원 중 1차분 20억원을 1억원이 담긴 비닐백 20개 형태로 전달받을 때 ‘비닐백이 너무 작다. 5000만원 정도가 담겼겠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또 “최 의원이 처음 접촉한 SK 인사는 손길승(孫吉丞) 회장이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이 전 국장은 최 의원의 지시를 받았고 직원들과 함께 최 의원의 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 아파트의 지하주차장에 승합차를 타고 갔다. 이 돈은 곧바로 여의도 한나라당사로 옮겨졌고 은행에는 입금되지 않았다는 것이 김 위원장의 설명이다.

그는 “이 전 국장이 돈을 수령하러 최 의원 자택으로 가기 전이나 그 후에 상관인 김영일 당시 사무총장에게 보고했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SK로부터 받은 돈은 곧바로 수천만원씩 쪼개 지구당에 현금으로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덧붙였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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