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黨 SK비자금 수사 이중잣대

  • 입력 2003년 10월 9일 18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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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비자금의 대선 유입에 관한 검찰 수사가 급물살을 타면서 정치권의 각 정파가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수사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정치적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심지어 검찰의 ‘의도’ 및 정권 핵심부와의 교감 여부에 대해 아전인수(我田引水)식 주장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먼저 이상수(李相洙) 의원의 정치자금 수수로 예기치 않은 풍랑을 만난 신당은 “지난 대선 때 기업들이 한나라당에 더 많은 정치자금을 제공하려 했다(이종걸·李鍾杰 의원)”며 대가성 여부와 관련해 ‘신당은 무죄, 한나라당은 유죄’라는 식의 주장을 하고 있다.

김원기(金元基) 창당주비위원장은 9일 분과위원장회의에서 “SK의 후원금 액수가 적은 것은 아니지만 지금 언론보도에 나오는 액수보다 크진 않고, 한나라당에 흘러간 자금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며 “검찰의 성역 없는 수사를 통해 옥석이 가려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상수 의원 자신도 “검찰이 거대야당의 비리를 잡으려다 형평성 시비를 피하기 위해 ‘연약한’ 우리 쪽을 문제 삼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도 일단 SK비자금에 대한 검찰 수사 자체는 반대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최돈웅(崔燉雄) 의원의 100억원 수수 혐의에 수사의 칼날이 집중되는 듯한 양상을 보이자 검찰의 ‘진의’를 의심하는 분위기다. 당초 한나라당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최측근인 최도술(崔導術) 전 대통령총무비서관이 수사선상에 오른 데 대해 당 지도부가 검찰의 ‘의지’를 높이 사기도 했다. 그러나 점차 “야당 죽이기를 위한 구색 맞추기가 아니냐”는 의구심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병렬(崔秉烈) 대표도 이날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검찰이 대선자금 문제를 너무 확대하는 듯한 느낌이 있다. 검찰 수사에 시비를 걸 것은 없지만 특히 우리 당을 겨냥하는 듯한 분위기다”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검찰 수사가 종국에는 민주당 내 구여권 인사들을 ‘표적’으로 삼아 ‘정치개혁’ 여론을 조성함으로써 신당 추진에 결과적으로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는 게 아니냐며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김재두(金在斗) 부대변인은 “본래 이번 수사는 민주당 안팎의 구여권 인사들을 노리고 2000년 총선 당시 자금 수수를 타깃으로 삼았으나 6일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함승희(咸承熙) 의원의 폭로로 대선자금을 수사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당추진의 핵심역할을 맡고 있는 한 초선의원도 “2000년 총선 당시 구여권 실세들의 자금 수수 내용에 관해 혐의가 다 확보돼 있는 만큼 결국 민주당이 신당보다 큰 상처를 입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SK비자금 수사 관련 정치권 발언
□ 통합신당
△손길승 SK회장을 조사해서 나온대로 구여권이든 신여권이든 상관없이 법에 따라 엄정히 처리해야한다(정동채 통합신당 의원, 5일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대선때 자금사정이 대단히 어렵고 급한 사정도 있었지만, 법적으로 투명하지않고 합법적으로 처리할 수 없는 성격의 돈은 일절 접근하지도 않았고 거절해왔다(김원기 통합신당 주비위원장, 6일 통합신당 운영위 회의에서)
△지난해 12월 SK측으로부터 2번에 걸쳐 받았으며 20억원 안팎이다(이상수 통합신당 총무위원장, 8일 기자들과 만나)
△SK의 후원금 액수가 적은 것은 아니지만 지금 언론보도에 나오는 액수보다 크진 않고, 한나라당에 흘러간 자금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김원기 위원장, 9일 통합신당 분과위원장단 회의에서)
□ 한나라당
△검찰이 현대비자금 사건은 흐지부지한 채 갑자기 SK비자금을 수사하겠다고 나섰다. 김대중 정부에 이어 노무현 정부 들어서도 검찰이 자주 자행해온 ‘비리로 비리를 덮는’ 수법이 아니길 바란다 (한나라당 박진 대변인, 9일 성명에서).
△아직 이 문제(SK비자금)에 대해 당에 부도덕한 일이 있었다는 보고를 받은 게 없다. 검찰이 전체적으로 수사하는 것에 시비걸 것은 없지만 특히 우리 당을 아주 겨냥하고 있는 듯한 분위기다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 9일 오전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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