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비자금 수사]청탁대가 뇌물여부-개인비리에 초점

  • 입력 2003년 10월 9일 18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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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지난해 대선 당시 선거자금 모금에 관여한 한나라당 최돈웅(崔燉雄) 의원과 민주당 이상수(李相洙) 의원에 대한 본격 수사에 나서면서 여야의 대선 자금 실체가 어느 정도 밝혀질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검찰은 우선 지난해 대선 당시 SK측에서 최 의원이 100억원, 이 의원이 30억∼40억원가량을 전달받은 단서를 포착하고 정확한 자금의 규모와 성격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 의원에게 돈이 전달된 시점이 대선 이전인 데다 정치 자금의 공식 조달 창구인 이들 의원들에게 전달된 정황 등으로 미루어 보아 SK측이 대선 이후의 정치 상황을 염두에 두고 거액의 비자금을 건넨 것으로 보인다는 게 수사팀의 판단이다.

최 의원에게 전달된 비자금이 더 많은 것은 SK가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의 당선 가능성에 비중을 두고 우선적으로 ‘베팅’을 한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검찰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이에 비해 민주당의 이 의원에게는 지난해 12월 대선이 임박하면서 당선 판세가 수시로 뒤바뀌자 일종의 ‘보험금’ 성격으로 돈을 전달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대선 직후 최도술(崔導術) 전 대통령총무비서관에게 전달된 SK 비자금은 두 당에 건네진 이 같은 금액의 차이와 대통령당선자의 최측근에 대한 일종의 ‘통행료’적 의미가 동시에 고려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앞으로 검찰 수사는 두 의원이 SK측으로부터 청탁과 함께 돈을 받았는지, 순수한 정치자금으로 받았는지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수사팀 관계자는 “일단 두 의원이 선거자금을 받고 구체적으로 도움을 주었는지와 이 과정에서 개인 비리가 있는지를 중점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만일 손길승(孫吉丞) SK회장측이 두 의원에게 돈을 건넬 당시 청탁을 했다면 뇌물 사건으로 처리한다는 것이 수사팀의 판단이다. 그럴 경우 두 의원이 SK 비자금을 대선 자금으로 사용했더라도 두 사람에 대한 형사 처벌로 수사를 끝낼 수도 있다. SK비자금이 뇌물인 이상 사용처 수사는 실익이 없다는 것.

그러나 손 회장과 두 의원이 ‘단순 정치자금’이라고 주장할 경우 사안이 복잡해진다. 이럴 경우 수사팀은 두 의원이 받은 SK비자금의 행방과 사용처를 수사한 뒤 자금의 성격을 판단할 계획이다.

두 사람이 소환되면 SK비자금이 정치자금이라고 주장할 가능성이 높고 검찰은 “당사자들을 상대로 해명성 수사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어 검찰과 정치권의 대결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검찰이 그 동안 수사 결과를 바탕으로 비장의 카드를 꺼내 대선 자금의 사용처 등 감춰진 비밀이 드러날 수 있으며 적지 않은 파장도 예상된다.

그러나 검찰이 대가 관계를 밝혀내지 못하고 정치권의 압박이 심할 경우 두 의원을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처벌하는 수준에서 수사를 마무리할 가능성도 있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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