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리놓고 내부 논란…"집값 잡으려면 인상해야"

  • 입력 2003년 10월 8일 17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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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강력한 투기억제 대책에도 불구하고 서울 강남 집값이 계속 뛰자 이제 금리인상을 본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한국은행 내부에서 제기됐다.

사상 최저의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수백조원에 달하는 시중 자금이 부동산시장으로 계속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리인상은 가뜩이나 어려운 경기를 더욱 위축시킬 것이란 반론도 만만치 않아 금리인상 논쟁이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콜금리 목표치 추이 (단위:%)
시기목표치
2001년 2월 8일5.00
7월 5일4.75
8월 9일4.50
9월 19일4.00
2002년 5월 7일4.25
2003년 5월 13일4.00
7월 10일3.75

한국은행 강훈구(姜勳求) 과장은 8일 사내 게시판에 올린 ‘최근 부동산 가격 급등에 대하여’란 글에서 “부동산 가격 급등의 원인은 정책 당국이 균형 수준 이하의 저금리를 장기간 지속한 데 있다”며 “정책 당국이 가계대출 급증을 금융기관만의 문제로 돌려 창구 지도를 통해 억제하고, 강남 부동산 가격 상승을 잡기 위해 각종 건설 규제를 강화한 것은 근본적인 대책이 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가계대출 부실화와 부동산 담보 가치 하락, 금융기관 부실화 가능성 등을 이유로 금리인상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으나 부동산 거품이 심화될 경우 금융 불안정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강남 집값을 잡으려면 금리를 점진적으로 인상해 나가야 한다는 게 강 과장의 주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시중은행의 부행장도 “현재 자금시장에서 금리정책은 사실상 전혀 효과가 없다”면서 “기업의 투자기피 이유가 금리에 있지 않은 만큼 금리를 올려도 투자가 줄어들 가능성은 별로 없고 부동산 가격안정에는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진표(金振杓) 경제부총리는 이날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금리는 부동산시장뿐 아니라 전체 경제에 영향을 미치며 현재 금리는 경쟁국가와 비교해서 여전히 높다”면서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해 금리를 높이는 것은 옳지 않다”며 금리인상 반대론을 분명히 했다.

박승(朴昇) 한은 총재도 최근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 금리정책을 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콜금리 목표치를 낮추지 않았으면 경기가 지금보다 더 나빠졌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9일 열리는 금융통화운영위원회에서 콜금리 목표치는 현 수준에서 동결될 전망이다.

한편 삼성경제연구소 정문건(丁文建) 전무는 “현 경제상황은 금리를 조금 올려도 부동산 가격을 잡기 힘들고 조금 내려도 경기부양에 별 도움이 안 되는 ‘딜레마 상황’”이라며 “시장에 영향을 줄 만큼 큰 폭으로 금리를 조정하면 충격이 클 수 있어 당분간 금리정책은 중립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김광현기자 kkh@donga.com

▼'부동산 가격 급등에 대하여' 주장 요지▼

정부의 부동산대책은 마치 고무풍선의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튀어나오거나 일시적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솟아오르듯 별다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부동산가격의 급등이 장기적인 수급의 변화에 주로 기인한다면 정부의 부동산대책 역시 신도시 개발 등 공급 확대 등이 중심이 되어야 할 것이다.

만약 심리적인 요인에 기인한다면 부동산대책은 경제부총리 또는 중앙은행 총재의 구두 개입으로 충분할지 모른다.

그러나 부동산가격 급등의 원인은 정책당국이 균형수준 이하의 저금리를 장기간 지속한 데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책당국은 가계대출 급증을 금융기관만의 문제로 돌려 창구지도를 통해 억제하려고 하고,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해 각종 건설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결국 금리를 점진적으로 인상하여 부동산투기로 몰려드는 자금을 줄여야만 강남 집값을 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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