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선물][현장에서]불황에 묻힌 '추석 대목'

  • 입력 2003년 9월 2일 16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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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다 하니까 안 할 수도 없고….”(A백화점 관계자)

추석 대목에 때 아닌 백화점 사은행사가 열리고 있다. 가만히 있어도 손님이 몰려야 할 판에 얼마 이상 사면 산 금액의 10%를 상품권이나 사은품으로 주는 행사를 벌이고 있으니 백화점 관계자의 속이 까맣게 타들어갈 수밖에 없다. 소비 부진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고도 남는다.

백화점이 8월말부터 9월초까지 사은행사를 벌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백화점 개점일이 8, 9월에 몰려 있기 때문에 늘 개점 기념행사라는 이름으로 사은행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사은행사가 개점일과 상관없이 전국 모든 점포로 확대된 것. 소비가 살아났다면 추석 대목에 묻혀 사라졌을 행사다.

과일 선물세트의 백화점 마진이 15% 정도니까 10% 사은품을 주고 나면 백화점은 사실 남는 게 별로 없다. 마진이 박한 정육 선물세트는 더욱 그렇다. 볼멘소리가 나올 법도 하다. 백화점 관계자들이 “올 추석 매출이 지난해 수준만 유지해도 다행”이라고 한다. 한명의 손님이라도 더 붙들기 위해 올해는 추석 대목 기간에 오후 11시까지 문을 여는 백화점까지 등장했다.

할인점은 은근히 ‘소비 불황 특수’를 노리고 있다. 가벼워진 지갑 때문에 백화점보다 할인점을 찾는 고객이 늘 것이라는 속셈. 신세계 이마트는 올 추석에 일상 생활용품 선물세트만 300만개를 준비했다. 선물세트 매출이 지난해에 비해 15% 정도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모든 게 풍성해야 할 추석 대목에 할인점 선물세트의 특수는 불황이 만들어낸 또 다른 단면인 셈이다. 상황이 이런데 소비자는 오죽할까. 경제가 살아나 최소한 한가위 때만이라도 맘 놓고 상품을 골랐으면 하는 심정이다.

박 용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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