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투 잡을라” 거꾸로 가는 개미…5월후 4조7000억 순매도

  • 입력 2003년 8월 20일 17시 41분


최근 종합주가지수는 자주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예상했던 ‘깊은 조정’ 없이 증시가 곧바로 뻗어가자 투자전략을 수정하느라 분주하다.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지속되면서 신고가(新高價) 종목도 잇따라 나온다.

그런데 개인투자자들은 오히려 주식을 팔아치우고 있다. 개인들은 종합주가지수가 약보합으로 마감된 20일 990억원을 순(純)매도해 7일째 매각액이 매입액보다 많았다. 반대로 외국인들은 전날 3316억원어치를 순매입한 데 이어 이날도 2592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개인들은 주가가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한 5월 이후 지금까지 4조7000억원의 순매도를 보였다. 반면 외국인은 7조원가량을 순매수했다.

이러다 보니 종목별 주가 양극화 현상도 심해지고 있다. 개인이 넘보기 어려운 삼성전자 등 고가주는 외국인이 사들이며 사상 최고가를 갈아 치운다. 반면 개인 위주로 거래하는 주식은 지지부진하다.

이런 개인들의 반응은 2000년 이후 정보기술(IT) 거품 붕괴의 ‘쓴맛’을 본 투자자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 예견됐다. 까먹었던 원금을 회복하고 어느 정도 시세 차익을 얻으면 털고 나가는 식이다.

하반기 국내 경제를 확신하지 못하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외국인이 세계 IT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 등으로 증시에 들어오는 것과는 달리 개인들은 체감경기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 이들은 과거 증시의 상승세가 확인된 뒤에야 막판에 뛰어드는 패턴을 반복해 왔다.

긍정론에 무게를 두는 증시 전문가들은 경제지표가 좋아지고 있으므로 추가 상승에 대한 자신감을 가져도 좋다고 말한다. 외국인의 매수 의지가 아직 강하고 이들이 순매도로 돌아서더라도 기관이 증시 주도 역할을 대체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

대신경제연구소 김영익 투자전략실장은 “작년 1월 720 선까지 종합주가지수를 끌어올린 외국인이 팔자로 돌아선 뒤 기관이 매수에 나서면서 주가가 같은 해 4월 930 선까지 더 상승했다”며 “이번에도 같은 상황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화증권 홍춘욱 투자전략팀장은 “개인들이 다시 시장에 들어올 조짐이 보이지만 여러 변수를 따져보면 십중팔구 상투를 잡고 외국인에게 당하게 돼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대응 방안으로 실적 우량주와 수출주 위주의 전략을 권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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