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 함께 탄 현대家…외국인 공세에 계열사 공동방어

  • 입력 2003년 8월 15일 18시 47분


코멘트
“현대가(家)의 법통(法統)을 살려라.”

외국인들의 현대엘리베이터 주식매집 공세에 대해 범(汎)현대 계열사들이 일제히 공동대응에 나선 것을 계기로 그동안 소원했던 현대가가 다시 뭉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대두되고 있다.

▽현대가 ‘공동방어’의 의미=경영권 방어를 위해 현대엘리베이터의 자사주를 인수한 회사들은 KCC(옛 고려화학), 현대백화점, 현대시멘트, 한국프랜지 등 6개사.

KCC 정상영(鄭相永) 명예회장은 고 정주영(鄭周永) 명예회장의 동생이고, 현대시멘트 역시 정주영 명예회장의 동생인 정순영(鄭順永) 전 성우그룹 명예회장 계열이다. 한국프랜지는 정주영 명예회장의 매제인 김영주(金永柱) 명예회장 계열. 현대백화점은 고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의 형 정몽근(鄭夢根)씨가 회장.

특히 이번 공동방어는 정상영 명예회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상영 명예회장은 정몽헌 회장 생전에도 개인채무 해결에 도움을 주는 등 애정을 보였다. 이에 따라 앞으로의 현대그룹 재편과 법통 승계 과정에서 정상영 명예회장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현대 브랜드’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현대그룹의 경영공백을 방치할 수 없다는 데 공감대가 이뤄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몽구(鄭夢九) 현대·기아차 회장의 고민=현대가의 맏형인 현대차그룹은 지분 매입에 참가하지 않았다. 현대그룹측은 정몽구 회장이 ‘왕자의 난’ 이후 구원(舊怨)을 풀고 도와주기를 은근히 희망한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현대차에 지분매입을 요청하지 않았지만 만약 도움을 요청하면 거절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에 “그럴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시장이 용인하지 않는다”며 거리를 두고 있다. 그렇지만 일각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직접적인 지원은 하지 않더라도 외국인 투자자들이 용납하는 한도 내에서 정몽헌 회장 계열사와의 우호적인 관계를 회복할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는다.

▽시장의 평가=굿모닝신한증권 박동명 과장은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인수는 무상지원이 아니고 투자이기 때문에 외국인 주주라도 이를 문제 삼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그러나 대북사업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 등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원을 하더라도 주주 이익에 어긋나는 방식은 선택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