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박지원씨 현대서 150억 수수"]국내서 돈세탁

입력 2003-06-18 18:42수정 2009-09-29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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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치(李益治) 전 현대증권 회장이 박지원(朴智元) 전 문화관광부 장관에게 전달했다는 150억원의 ‘종착역’은 어디일까.

박 전 장관은 일단 이 돈을 받은 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특검팀의 판단은 다르다.

돈을 직접 전달한 이 전 회장의 진술이 매우 구체적이고, 돈을 준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이사회 회장도 같은 진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박 전 장관의 혐의를 입증할 증거들이 속속 포착되고 있어 뇌물수수 혐의를 입증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보고 있다.

특검팀은 한 발 더 나아가 계좌추적 등을 통해 이 돈의 사용처를 확인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만 돈세탁을 주도한 박 전 장관의 측근 김영완(金永浣)씨가 올해 3월 특검법이 통과된 직후 미국으로 출국한 상태여서 완벽한 돈의 행방을 확인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150억원 전달과 세탁=특검팀에 따르면 문제의 150억원은 박 전 장관의 요청에서 비롯됐다. 박 전 장관이 김영완씨를 통해 ‘남북정상회담 추진비’를 정 회장에게 요청했고, 정 회장이 이를 받아들여 이 전 회장에게 돈 전달을 지시했다. 이 전 회장은 2000년 4월 총선을 전후해 박 전 장관을 서울 시내 P호텔 22층 바에서 단둘이 만나 1억원짜리 양도성예금증서(CD) 150장을 직접 건네준 것으로 드러났다.

박 전 장관은 특검 조사와 18일 오후 서울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하지만 이 전 회장은 “박 전 장관이 돈을 왼손으로 받은 것까지 기억한다”며 구체적인 정황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 조사결과 박 전 장관은 측근인 김영완씨에게 CD를 돈세탁할 것을 부탁했고, 김씨는 같은 해 4, 5월경 서울 명동 사채시장에서 이를 대부분 현금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 연루된 7, 8명의 사채업자들은 특검 소환조사를 받으면서 한결같이 “김씨의 지시대로 CD를 현금으로 바꿔 김씨에게 전달했을 뿐 그 이상은 모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돈의 종착역은?=현재까지 이 돈의 사용처는 안개에 가려 있다. 특검팀 관계자는 “이 돈에 대한 계좌추적이 끝나 봐야 돈의 행방을 알 수 있다”며 “현재로서는 이 돈이 어느 방향으로 흘러갔는지 전혀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특검 주변에서는 정치권 유입설이 설득력 있게 나돌고 있다. 박 전 장관이 정치인 모씨를 통해 정치자금으로 전달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2000년 4·13총선의 선거자금으로 유용됐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지만 돈세탁 시기가 총선 이후인 점으로 미뤄볼 때 가능성은 낮다는 지적이다.

일부에서는 북한 고위 인사들에 대한 정상회담용 로비자금으로 사용됐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다만 정상회담은 2000년 4월 8일 이미 최종 합의된 상태였고 북측에 전달할 자금이라면 국내에서 복잡하게 돈세탁을 할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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