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안용 광고 더 재미있네"…전문모델보다 신선하고 비용적어

  • 입력 2003년 5월 26일 18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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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T 현장에서 열심히 광고 시안을 설명하다가 광고주의 마음에 들어 귀뚜라미 보일러 광고 모델로 낙점된 제일기획 오경수 차장. 사진제공 귀뚜라미 보일러
PT 현장에서 열심히 광고 시안을 설명하다가 광고주의 마음에 들어 귀뚜라미 보일러 광고 모델로 낙점된 제일기획 오경수 차장. 사진제공 귀뚜라미 보일러
‘프리젠테이션(PT)용 광고를 무시하지 말라.’

광고대행사들이 광고주들 앞에서 경쟁 PT를 할 때 보여주는 시안용 광고. 이런 PT용 광고에는 제작비 문제 때문에 유명 모델이나 성우가 등장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러나 참신한 분위기를 원하는 광고주가 늘면서 시안용 모델이나 성우가 정식 광고에까지 등장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PT용 광고에 등장했던 아마추어 모델이나 성우를 정식 광고에 그대로 쓰면 제작비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최근 다른 신용카드사들이 광고를 줄이는 것과 대조적으로 대대적인 광고를 펼치고 있는 ‘현대카드 M’. 이 광고의 비행기 편에는 여성 고객이 비행기에서 화장을 고치고 있을 때 기장이 M카드의 장점에 대해서 기내방송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기장의 목소리는 전문 성우가 아닌 바로 이 광고를 제작한 TBWA코리아의 광고기획자(AE) 김성철 부장이 직접 녹음한 것. PT용으로 전문 성우를 캐스팅했지만 광고의 이미지와 맞지 않아 담당 AE가 대타로 나섰다가 실제 광고로까지 이어졌다. SK텔링크, 누비라2, 모네타카드 등의 광고를 제작한 김 부장은 “평상시 목소리로 녹음했는데 전문 성우보다 더 후한 점수를 받았다”면서 “젊은층을 주요 타깃으로 하는 광고 컨셉트와 자연스러운 목소리가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SK텔레콤 ‘준’ PT용 광고 모델로 나섰다가 광고주의 반응이 좋아 정식 광고에서도 모델로 등장한 용이 감독. 사진제공 SK텔레콤

SK텔레콤의 멀티미디어 서비스 ‘준’ 광고에서 익살스럽게 TV 드라마의 비현실성을 꼬집은 용이 감독. 그가 나온 광고도 원래 시안용 광고였다.

용이 감독은 평소 친하게 지내던 ‘준’광고 제작팀의 부탁으로 PT용 광고 촬영에 나섰다가 광고주의 적극적인 추천으로 실제 광고에까지 출연했다. 98년 최연소 CF 감독으로 데뷔해서 크렌시아, 엔시아, 메가패스 등 50여편의 광고를 제작한 그는 최근 ‘밑줄 긋는 남자’로 영화감독으로 데뷔했다.

귀뚜라미보일러 광고에서 “가스비 만만치 않을텐데…”라는 코믹한 멘트를 날리는 경비원. 그는 전문 모델이 아닌 제일기획의 디자이너인 오경수 차장이다. PT 과정에서 광고주가 그를 아예 모델로 지목해 버렸던 것. 별도의 시안용 광고 제작 없이 스토리보드 설명으로 진행된 PT 과정에서 오 차장은 직접 연기까지 해가며 생생하게 광고 시안을 설명했다. 그 모습을 본 광고주가 “이보다 더 이상 좋은 모델은 있을 수 없다”면서 바로 그 자리에서 그를 정식 광고 모델로 낙점한 것. 광고의 반응이 좋아 오 차장은 현재 준비 중인 귀뚜라미보일러 2차 광고에도 모델로 등장할 예정.

서울우유 god편, 삼성전자 마이젯프린터 ‘상상 그 이상’ 편 등을 제작한 오 차장은 귀뚜라미 광고 출연이 처음은 아니다. 해찬들 태양초 고추장 광고에서는 여형사로 나온 모델 변정수에게 겁없이 대들다가 호되게 당하는 범죄자로 출연했고, 세콤 광고에서는 탤런트 노주현의 집을 털러 들어갔다가 붙잡히는 도둑으로 출연한 베테랑급 모델이기도 하다.

“광고 출연은 취미생활일 뿐”이라는 오 차장은 PT용 광고가 정식 광고로 이어지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에 대해 “PT용 광고는 잘 다듬어지지는 않았지만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많이 등장하기 때문에 PT용 광고 컨셉트나 모델을 정식 광고에도 그대로 사용하려는 광고주들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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