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글로벌 회생 가능성…자본잠식 4조3874억 발표

  • 입력 2003년 5월 19일 18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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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삼일회계법인이 SK글로벌 채권단에 보고한 실사 결과 SK글로벌의 자본잠식(총부채-총자산) 규모가 당초 예상보다 적은 4조3874억원으로 밝혀지면서 SK글로벌의 회생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와 함께 구속 수감 중인 최태원(崔泰源) SK㈜ 회장의 경영권 복귀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전망되고 있다.

▽SK측 자구안은 여전히 미지수=삼일회계법인은 SK글로벌의 실사가치(자본잠식 규모)를 -4조3874억원, 청산가치는 -5조9188억원, 해외은닉 자산규모는 4220억원이라는 실사 결과를 채권단에 보고했다.

이 같은 자본잠식 규모는 당초 채권단이 우려했던 수준보다는 적은 것. 이에 따라 채권단은 SK그룹이 ‘성의’ 있는 자구안을 내놓으면 회생시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은 SK㈜에 1조3000억원의 매출채권 전액을 출자전환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SK㈜는 유동성 문제 등을 들어 7000억원만 출자전환하겠다고 버티고 있다. 출자전환 규모가 커지면 대주주인 소버린자산운용을 설득하기 어렵고, 매출채권을 모두 포기할 경우 최근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SK㈜가 흔들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SK그룹은 이번 주 안에 계열사간 ‘영업 몰아주기’를 통해 영업이익을 늘리고 해외 영업망을 대폭 축소하는 내용의 자구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또 SK글로벌이 갖고 있는 SK텔레콤, SK증권, 포스코 등의 상장주식과 워커힐, SK생명 등 비상장주식 처분을 검토하고 있다.

채권단과 SK그룹의 힘겨루기는 채권단의 정상화 여부 최종결정 시한인 다음달 18일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최태원 회장 경영권 되찾을까=SK글로벌의 회생 가능성이 전망되면서 SK그룹 안에서는 최 회장의 경영권 복귀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검찰은 9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최 회장에게 징역 6년을 구형했다. 통상 구형 6년이 집행유예를 받을 수 있는 상한선이라는 점 때문에 검찰도 집행유예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30일 열리는 1심 선고공판에서 최 회장이 집행유예 판결을 받아 조만간 경영에 복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주채권은행인 하나은행은 담보로 맡아두고 있는 최 회장의 지분 처리에 부정적이다. 반면 일부 채권금융기관들은 지분을 처분해 채권단의 출자전환 부담을 덜자고 주장하고 있어 상황은 유동적. 그러나 SK글로벌 사태 이후 주가하락으로 최 회장 지분은 시가로 1000억원에도 못 미쳐 지분을 처분하더라도 채권단측의 ‘실익’은 크지 않다.

SK그룹의 고위 관계자는 “채권단도 SK글로벌의 회생을 위해서는 그룹 오너인 최 회장이 복귀해 계열사간 이해조정과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어 최 회장이 경영권을 행사하는 데는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SK글로벌 정상화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최 회장이 집행유예로 나온다면 SK그룹은 ‘그룹 해체’라는 시나리오에서 벗어나게 된다. 하지만 최 회장이 집행유예로 풀려나더라도 구속 이전처럼 강한 ‘총수 지배력’을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 회장의 경영복귀에 대한 회사 안팎의 부정적 여론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시급한 과제다.

그러나 소버린자산운용이 지배구조 개선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데다 최대 계열사인 SK텔레콤이 주주이익을 강조하며 독자행보를 강화하고 있어 최 회장의 지배력은 크게 약화될 전망이다.

SK글로벌 실사 결과 (2002년말 현재, 단위:억원)
분류계정과목SK글로벌 발표회계법인 실사 결과
자산현금 및 예금 1,038 1,038
당좌자산13,81015,251
재고자산 2,520 3,261
투자자산21,84016,457
유형자산16,61115,618
기타자산 -293 10
장부미반영 자산 - 4,220
55,52855,855
부채차입금22,83454,861
기타부채34,82226,210
대지급추정손실 -18,658
57,65699,729
자본잠식 규모 2,21843,874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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