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글로벌 자본전액 잠식…최회장 경영권 상실 위기

  • 입력 2003년 3월 31일 16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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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글로벌의 부채가 자산보다 많아 자본금을 모두 까먹은 것으로 나타났다. 갖고 있는 자산을 다 팔아도 빚을 갚기에 모자란다는 뜻이다.

영화회계법인은 31일 SK글로벌에 대한 감사보고서를 내놓으면서 2002년말 자본잠식규모가 2128억원이라고 밝혔다.

SK글로벌이 다른 회사의 빚 보증을 섰다가 대신 갚아주고 생긴 미수채권 4768억원을 모두 손실처리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작년 당기순이익은 1900억원 흑자로 예상됐다가 2967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한편 SK그룹 최태원(崔泰源) 회장이 담보로 내놓은 SK계열사 주식은 모두 자본잠식을 해소하는데 사용될 예정이어서 최 회장의 그룹지배권은 사라질 처지에 놓였다.

▽왜 자본잠식됐나= 영화회계법인은 검찰의 분식회계 발표내용을 모두 반영해 재무제표를 다시 작성했다. 외화 매입채무 1조1811억원, 지분법 평가손실 2320억원 등 1조5000억원에 달하는 분식내용을 모두 반영하니 부채는 크게 늘어나고 자본금은 줄었다.

또 받을 가능성이 낮은 미수채권 4800억원을 손실로 털어내 자본금을 모두 까먹었다.

기업회계기준은 미수 및 매출채권의 회수가능성을 평가해 회수가 어렵다고 판단되는 부분은 대손충당금으로 쌓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SK글로벌은 이를 소홀히 한 것. 외화매입채무를 아예 장부에서 누락시킨 것과 비교하면 죄질은 덜하지만 분식회계인것만큼은 분명하다.

이와함께 해외현지법인 지급보증액 2조3927억원은 SK글로벌이 대신 갚아야 할 것으로 예상돼 총부채가 이만큼 늘어나야 하지만 충분한 자료를 얻지 못해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한정'의견을 냈다.

▽최 회장 경영권 사라질 위기= SK그룹 최 회장은 그야말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였다.

최 회장은 이미 SK(주)를 비롯한 모든 계열사 주식을 채권단에 담보로 내놓아 자본잠식을 메우는데 사용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최 회장은 SK그룹에 대한 경영권을 완전히 잃게 된다.

주채권은행인 하나은행은 "영화회계법인의 감사보고서는 단지 참고사항이며 5월초로 예정된 삼일회계법인의 자산부채실사결과를 토대로 경영정상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자산부채실사는 회계감사보다 훨씬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기 때문에 자산가치가 많이 낮아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자본잠식 규모가 감사보고서상의 2128억원보다 더 늘어나 SK글로벌의 경영정상화를 위한 채권단의 출자전환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출자전환은 기존 주식의 완전소각 절차가 선행된다.

▽주주총회는 무사히 끝나=이날 주총은 손실보전을 요구하는 일부 주주들의 항의가 있었지만 별다른 충돌없이 1시간여만에 끝났다.

가장 논란이 됐던 이사 재선임건은 박주철 대표이사와 이관용 사외이사 등 2명을 재선임하기로 했다. 앞서 SK글로벌은 임기가 만료되는 사내외 이사 4명을 재선임하는 것에 대해 시민단체들이 강력히 반발하자 4명중 문덕규 전무와 김이기 사외이사를 재선임하지 않기로 결의했다. 문 전무는 이사직과 함께 재무지원실장직도 사임했다.

김승정 대표이사 부회장은 "비상경영 체제를 통한 초긴축 경영으로 빠른 시간내에 빚을 갚겠다"면서 "정보통신 사업 확대와 에너지 화학 철강사업을 통한 종합상사 영역의 수익구조 개선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주주들은 "민주적인 주총 운영을 통해 회사운영을 합리화하라는 주주들의 요구를 무시해 지금과 같은 사태가 벌어졌다"며 "회사가 잘못돼도 기업주는 살아남고 소액주주들만 죽는 것이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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