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신뢰경영]<20·끝>전문경영인으로 '불투명 장벽' 넘자

  • 입력 2003년 3월 17일 20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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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崔泰源) SK㈜ 회장 구속 사건의 시발점이 ‘총수와 계열사의 편법 주식거래’라는 사실은 총수 중심 기업시스템의 문제를 새삼 부각시키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자본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총수에 예속되지 않고 전체 주주의 이익을 충실히 대변하는 말 그대로 ‘전문경영인’의 존재가 긴요한 상황이다.

▽일그러진 전문경영인의 위상=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스타 전문경영인’은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의 잭 웰치 전 회장, IBM의 루이스 거스너 전 회장, 소니의 이데이 노부유키 전 회장 등. 이들은 하나같이 침체의 늪에 빠졌던 거대기업의 관료적 시스템을 개선하고 활력을 불어넣어 주주의 갈채와 신뢰를 받는 기업을 이뤄낸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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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국을 대표하는 전문경영인이라면 삼성전자의 윤종용(尹鍾龍) 부회장과 정보통신부 장관으로 자리를 옮긴 진대제(陳大濟) 전 삼성전자 사장, 국민은행의 김정태(金正泰) 행장, SK그룹 손길승(孫吉丞·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회장 등을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총수 중심의 한국식 기업구조에서 전문경영인의 위상은 그리 높지 않다. 지난달 말 교보생명이 신창재(愼昌宰) 회장 친정체제로 복귀하면서 전문경영인이던 장형덕(張亨德) 사장을 10개월 만에 교체한 것만 봐도 전문경영인의 입지가 얼마나 취약한지 보여준다. 지난해 3월 휴렛팩커드(HP)와 컴팩의 합병을 끌어낸 HP의 전문경영인인 칼리 피오리나가 합병에 반대하는 대주주 겸 창업자의 후손들과 주주총회에서 맞대결해 승리한 사례와 비교해 보면 차이점이 더욱 분명히 드러난다.

▽전문경영인의 허와 실=그러나 ‘미국식 스타 최고경영자(CEO)’의 신화는 지난해 미국 엔론사에서 시작된 회계부정 스캔들로 크게 흔들리고 있다. 케네스 레이 전 엔론 회장의 사례에서 드러난 것처럼 전문경영인들이 스톡옵션 등 사사로운 이익을 위해 실적을 부풀리고 주가를 뻥튀기하는 등 ‘단기 업적주의’에 쉽게 빠져든다는 것이다. GE의 웰치 전 회장도 막대한 퇴직금을 받아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사실 오너 경영과 전문경영인의 경영 중 어떤 것이 나은지에 대한 정답은 없다.

하지만 현재 한국 기업이 부닥친 불투명성의 장벽을 넘기 위해서는 실력과 신념을 겸비한 전문경영인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다는 데 전문가들은 의견을 같이 한다.

고려대 경영학과 문형구(文炯玖) 교수는 “신뢰받는 기업의 조건 중 하나는 주주와 종업원, 사회의 이익을 우선 고려하는 윤리적인 전문경영인의 존재”라면서 “전문경영인은 5% 안팎의 대주주에게 개별 고용된 ‘경영기술자’가 아니라 독립적인 가치관을 가진 ‘프로페셔널’이라는 자긍심을 가져야 한다”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전문경영인학회 선정 한국전문경영인(CEO) 대상 1~5회 수상자
기업 경영자 (괄호안은 현직)
1998년 대림자동차 배명진 사장(퇴직 후 개인사업)
대웅제약 이철배 명예회장(대웅제약 고문)
1999년 중외제약 최현식 사장(중외제약 고문)
교보생명 김재우 사장(현 인천 신한상호저축은행장)
삼국R.K정밀 다지마 다카오(田島崇南) 사장(귀국)
2000년 대상 고두모 회장(현 대상 상임고문)
유한양행 김선진 사장
분재예술원 성범영 원장
2001년 조흥은행 위성복 행장(현 조흥은행 이사회 의장)
한국종합에너지 우완식 부회장(퇴직)
서울대학병원 박용현 병원장
2002년 SK텔레콤 조정남 부회장
농업기반공사 문동신 사장(퇴직)

▼알림 ▼

연초부터 연재된 ‘이제 신뢰경영이다’ 시리즈 1부가 20회로 막을 내립니다. 동아일보는 1부에 이어 해외기업에 대한 취재를 바탕으로 한 시리즈 2부를 4월부터 시작할 예정입니다. ‘신뢰경영’은 본보 경제부의 올해 역점 취재 주제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관심과 격려를 기대합니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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