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살려∼"…개인들 주가폭락에 "희망없다" 울분-한숨

  • 입력 2003년 3월 9일 18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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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 한 잔 하고/ 누웠는데/ 잠이 통 안 오네…/ 돈이라도 적게 잃었으면/ 미련 없이 치우련만/ 이웃보기 부끄럽고/ 자식보기 민망하네.’

한 개미투자자가 최근 자신의 답답한 마음을 시로 엮어 증권정보 사이트 게시판에 올린 내용이다. 그는 ‘늙은 나이에 부시 후세인 김정일의 일거수일투족까지 신경 써야 하는 팔자’를 한탄했다.

미-이라크 전쟁과 북핵 문제 등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증시가 폭락하자 원금 회수는커녕 빚더미에 올라앉는 개미투자자가 속출하고 있다.

▽“희망을 이야기할 수 없는 장세”〓각종 증권관련 사이트와 증권사별 홈트레이딩 시스템(HTS) 게시판에는 신세를 하소연하는 글이 넘쳐나고 있다. 한 투자자는 “투기가 아니라 투자인데 고스톱에서 계속 ‘피박쓰는’ 느낌을 견디기가 힘들다”고 고백했다.

아이디(ID) ‘대박장사’는 “이놈의 주식이 밥맛도 없게 하고 머리도 돌게 한다”고 한탄했다. 또 다른 투자자는 ‘희망을 이야기하지 말자’라는 제목의 글에서 “힘없는 엿가락처럼 줄줄 흘러내리기만 하는 주식에서 손을 떼겠다”고 다짐했다. “공포가 엄습하고 두려움에 살이 떨린다”는 고백도 있다. 한 투자자는 “10년 동안 피눈물 흘리며 공장생산직으로 번 돈 4000만원이 490만원으로 줄었다”며 “주식아, 내가 죽나 견뎌내나 어디 한번 해봐라”고 울분을 터뜨렸다.

이런 상황에서도 투자설명회를 찾아오는 발걸음은 끊이지 않는다. 현대증권 오성진 스몰캡팀장은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에 하나라도 정보를 더 얻으려는 투자자들”이라며 “바닥이 어디인지가 이들의 최대 관심사”라고 전했다.

▽개미투자자가 살아남는 법〓이들의 좌절감은 기업 및 시황분석 애널리스트들의 보고서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진다. 최근 사이버 애널리스트 등의 주가조작이 들통나는 등 작전세력이 잇따라 적발되자 분노감과 박탈감도 커지는 상황이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사탕발림이나 잘못된 정보에 치이지 말고 스스로 공부해야 한다”거나 “남 탓하지 말고 대박의 욕심부터 버리라”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현대증권 오 팀장은 “증시가 지나치게 저평가된 상태에서 비이성적인 공포감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며 “장기적인 주가회복 시점을 보며 심리를 다스릴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LG투자증권 강현철 연구원은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지만 시장 분위기에 휩싸여 극단적인 비관론을 갖기보다는 중장기적으로 시장을 보고 인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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