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대기업집단 부당내부거래 전면조사

  • 입력 2003년 3월 4일 18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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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4일 발표한 주요 그룹(대규모 기업집단) 부당내부거래 조사계획은 이른바 ‘재벌 개혁’에 대한 현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최태원(崔泰源) SK㈜ 회장의 구속과 일부 그룹에 대한 수사 등으로 재계가 위축돼 있지만 이런 상황이 조사를 미룰 ‘방패막이’는 아니라는 것이 공정위의 시각이다. 공정위 고위 당국자가 “조사를 계획할 때 검찰 수사나 재계 반발을 의식하지는 않았다”고 말한 것도 이런 기류와 무관하지 않다.

반면 재계는 약 3년 만에 처음 이뤄지는 주요 그룹에 대한 공정위의 전면적인 조사에 긴장하면서 기업활동 위축이 더 가속화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조사의 핵심은 6대 그룹=공정위는 삼성 LG SK 현대차 현대 현대중공업 등 6대 그룹에 대해 4월부터 6월까지 조사할 계획이다.

7대 이하 기업에 대한 조사계획도 밝혔지만 이는 대규모 내부거래를 공시했는지 여부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핵심 조사 대상에서는 비켜나 있다.

공정위는 조사 대상 기업의 선정 원칙으로 혐의가 포착됐거나 2002년 공시이행 점검 때 미공시 사례가 적발된 기업이라고 밝혔다.

조사 방식과 대상은 2000년 4대 그룹 조사 때와 비슷하다. 정확한 조사 기간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2000년 조사 때와 같은 3개월로 예상된다. 조사 대상 계열사 수도 그룹당 5∼10개사로 지난 조사에 비해 늘어나지 않았다.

장항석(張恒碩) 공정위 조사국장은 “2000년 이후 전면적인 조사를 하지 않았고 조사 방식과 대상도 과거와 비슷하다”며 이번 조사에 특별한 목적이 없음을 강조했다.

조사 강도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장 국장은 총수 일가와 관련된 유사 증여 행위에 대해 “내부거래 전반을 살필 예정으로 집중 조사할 불법행위의 유형을 정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검찰 조사 결과와 이미 조사 중인 사안의 추이를 봐가며 수위를 조절할 여지를 남긴 것으로 분석된다.

▽검찰 조사 중인 기업은 제외=공정위는 검찰이 수사중인 사안을 조사 대상에서 제외했다. 우선 워커힐호텔 지분을 둘러싼 최태원 회장과 ‘SK C&C’간의 거래, SK증권과 JP모건의 이면거래 등 SK그룹에 대한 조사가 공정위 조사 대상에서 빠졌다.

공정위가 조사 중인 두산그룹의 두산중공업 인수 후 부당내부거래 의혹도 이번 기획 조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또 조사 대상인 기업의 위법행위 시점을 2000년 이후로 규정해 삼성 LG 두산 그룹 총수 일가와 관련된 조사는 포함되지 않을 전망이다.

▽경제계는 기업활동 위축 우려=이번 조사 계획에 대해 재계에서는 ‘부당내부거래를 지나치게 확대 해석한 것’이라는 반발이 적지 않다.

신종익(申鍾益) 전경련 규제조사본부장은 “수시 공시, 공시 이행 점검, 주주대표 소송 등 견제 장치가 충분한데 ‘지원성 거래’를 모두 조사하는 것은 기업 활동을 위축시킨다”고 주장했다. 공정위는 98년 이후 13차례 대규모 부당내부거래 조사를 벌여 3249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조사 대상 선정도 논란거리. 한 대기업 임원은 “기업의 덩치 순으로 조사 대상을 정해 저인망식 조사를 하는 관행은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전용덕(全溶悳) 대구대 교수는 “독점만 아니라면 기업의 거래 경쟁 타협 등 행위는 자연스러운 것”이라며 “공정거래법의 확대 해석이 기업 본연의 활동을 가로막고 있다”고 말했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부당내부거래를 ‘경쟁력이 약한 계열기업을 지원해 자유로운 경쟁을 저해하는 행위’ 등으로 폭넓게 규정하고 있다.

이은우기자 libra@donga.com

올해 대규모 기업집단 부당내부거래 조사계획
구분대상 기업조사 시기조사 내용
6대 그룹삼성 LG SK 현대차 현대 현대중공업2·4분기계열사 간 부당지원 등포괄적 부당내부거래
7대 이하 그룹KT 한진 금호 한화 두산 동부 현대정유 포스코 롯데 효성4·4분기내부거래 공시이행 실태
공기업한전 도로공사 주택공사 토지공사 수자원공사 가스공사 농업기반공사3·4분기계열사 간 부당지원 등포괄적 부당내부거래
검찰조사중인 사항 및 민영화 공기업 제외. (자료:공정거래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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