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21대 1 減資 통과…소액주주들 거센 반발

  • 입력 2003년 2월 25일 17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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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경기 이천시 하이닉스반도체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한 소액주주가 주총 무효를 주장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천=원대연기자
25일 경기 이천시 하이닉스반도체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한 소액주주가 주총 무효를 주장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천=원대연기자
하이닉스반도체는 25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21 대 1의 감자(減資)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26조2175억원이던 하이닉스반도체의 자본금은 1조2652억원으로, 발행주식 수는 52억3997만주에서 2억4952만주로 줄었다. 또 5000원짜리 보통주 21주는 같은 액수의 주식 1주로 병합됐다.

하이닉스 경기 이천본사에서 열린 주주총회에는 소액주주 300여명과 발행주식의 67%를 보유하고 있는 채권단 대리인이 참석했다.

그러나 안건 통과 과정에서 소액주주와 대주주의 지분을 각각 5 대 1, 20 대 1의 비율로 차등감자할 것을 요구하는 소액주주들이 거세게 반발, 고성과 욕설로 회사측과 맞섰다.

▽감자와 소액주주의 반발=우의제(禹義濟) 하이닉스반도체 사장 겸 이사회 의장은 “하이닉스의 납입자본금은 26조원이지만 실제 자본총계는 5조1234억원에 불과하다”면서 “이렇게 비정상적인 자본구조 아래에서는 유상증자나 회사채 발행, 외부 투자자와 전략적 제휴, 기존 차입금 만기연장 등이 어려워 감자는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소액주주들의 모임인 ‘하이닉스 살리기 국민운동협의회’의 오필근(吳弼根) 의장은 “회사와 채권단이 (소액) 주주들에게 거수나 표결 등 찬반 의사표시 기회를 주지 않고 ‘날치기’로 감자안을 통과시킨 만큼 주총 무효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67%의 지분을 가진 채권단의 뜻이 이미 정해져 있는 만큼 의결내용을 뒤집는 것은 어려울 전망.

소액주주들은 또 대북 송금 문제와 관련해 정몽헌(鄭夢憲) 회장과 박종섭(朴宗燮) 전 사장을 이번주 안에 서울지검에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고발하기로 했다.

▽하이닉스 어떻게 될까=지난해 12월 채권단이 무담보 채권금액의 50%인 1조8568억원을 출자전환해 금융비용이 줄어든 데다 감자가 이뤄져 하이닉스의 자본구조 등은 다소 개선됐다. 주가의 출렁임도 다소 진정될 전망.

하지만 최근 D램 반도체 시장가격이 생산원가 아래로 떨어져 적자경영이 불가피한 형편이어서 하이닉스의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최석포(崔錫布) 우리증권 수석연구위원은 “하이닉스가 자본구조를 정리하고 몸집을 가볍게 했다는 점은 세계 D램 업계의 재편과 관련해 주목할 부분이 있다”면서 “그러나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다시 한번 유동성 문제가 불거진다면 하이닉스는 새 정부 기업정책의 시험무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천=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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