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노블리안스]차지완/카다피도 반한 '협상의 달인'

  • 입력 2003년 2월 9일 18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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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 이정구 영업담당 사장은 건설업계에서 ‘협상의 달인(達人)’으로 꼽힙니다.

2001년 4월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지도자와 벌인 협상은 진수를 보여줍니다.

이 사장이 카다피를 만나는 과정부터가 남다릅니다. 카다피의 근황조차 모르던 시절 이 사장은 그의 인맥을 활용했습니다. 카다피의 측근이면서 경호업무를 담당했던 현지인을 찾아낸 거죠. 그리고 어르고 달래 ‘리비아 지도자’가 있는 곳을 알아냅니다.

‘사막의 사자(使者)’로 불리는 카다피. 그는 중동은 물론 제 3세계의 영웅입니다.

하지만 그가 머무는 곳은 으리으리한 관저와는 거리가 먼 사막 한가운데 있는 초라한 천막이었습니다.그 안에서 기계로 찍어낸 플라스틱 의자에 카다피는 앉아 있었습니다.

협상장의 분위기는 매우 엄숙했습니다. 리비아 고위관료가 무릎을 꿇고 카다피에게 기어가 손에 입을 맞출 정도였습니다.

이 사장은 주눅들지 않고 “영어로 하면 내 마음을 100% 전달하기 힘들다”며 “한국어로 말하는 것을 허락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현지 통역인은 불경스럽다며 통역을 거부했습니다. 그때 카다피가 슬며시 미소를 지었답니다.(카다피는 영어를 알아듣습니다) 이 사장의 ‘배포’에 승낙의 뜻을 보인 겁니다.

이 사장은 대니얼 예긴이 쓴 책 ‘황금의 샘’을 인용하며 그를 칭찬했습니다. 책의 내용 중 카다피가 미국의 석유회사 옥시덴탈을 상대로 벌인 협상을 집중 거론하면서 말입니다.

카다피는 미소를 지으며 이 사장의 말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협상은 이 사장의 의도대로 흘러갔고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공사 미수금을 돌려받기로 한 것은 물론 추가발주할 공사에 대한 우선권까지 약속받은 겁니다.

이 사장은 협상 비결을 “‘트릭(trick)’을 부리지 않고 ‘팩트(fact)’를 확보해 정공법으로 치고 나가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앞으로 그가 또 어느 협상 테이블에서 위력을 발휘할지 기대됩니다.

차지완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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