財政 건전성 악화 우려…보건복지예산 올 8조7000억

  • 입력 2003년 1월 28일 18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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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최근 대규모 재원이 필요한 정책을 대부분 공약대로 추진하기로 함에 따라 ‘재정 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재정 전문가들은 “앞으로 5년은 북핵 위기, 가계 부실화, 내수 위축 등 과거 어느 때보다 많은 재정 불안 요인이 도사리고 있는 시기”라며 재정운영을 적자에서 흑자로 되돌리고 국가 채무를 줄여 새로운 위기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28일 정부 각 부처에 따르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당선자와 인수위에 대한 업무보고 과정에서 재정 여건상 실현하기 어려운 공약이 상당수 걸러질 것으로 기대됐으나 대부분 점진적으로라도 추진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더구나 노 당선자가 예산 부족을 들어 공약에 반대하는 공무원들을 질책한 뒤 일부 정부 부처는 재정 여건을 감안하지 않은 ‘장밋빛 청사진’ 내놓기에 적극 가세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노 당선자의 공약을 모두 실천하려면 예산이 올해 8조7000억원에서 5년 뒤 26조원으로 늘어야 할 것으로 추산하면서도 관련사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의약 분업이 건강보험 재정에 미칠 영향을 잘못 예측해 2001년 보험재정이 2조원가량 부족했던 전례 등에 비춰본다면 26조원으로 충분하다는 보장도 없다.

노 당선자는 2003년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4.7%인 교육재정은 임기 내에 6%로, 총예산의 8.7%인 농림부문 예산은 10%로 늘리겠다고 공약했다. 다른 부문에 대해서도 대부분 예산 확대를 약속했다.

이처럼 씀씀이는 많은 반면 재정은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이미 급격히 악화된 상태다.

국채 발행을 통해 적자를 메우느라 1997년 60조3000억원이던 국가채무(정부 공식통계 기준)는 2001년 말 122조1000억원으로 늘었다. 정부의 채무보증액도 13조원에서 106조8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앞으로 다가올 공적자금 상환 등을 감안하면 계속 적자가 누적돼 나랏빚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은 ‘건전한 재정’에 힘입어 외환위기의 후유증을 비교적 단기간에 벗어난 반면 아르헨티나는 무리한 복지 지출 등으로 국가가 사실상 부도났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국가적 경제위기를 맞았을 때 ‘최후의 안전판’ 역할을 하는 재정 건전성이 이미 많이 무너진 현실에서 차기 정부가 재정여건을 감안하지 않고 무리한 선심성 지출 확대에 치중하면 한국경제에 두고두고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광현기자 kkh@donga.com

천광암기자 iam@donga.com

송상근기자 songmoon@donga.com

▼전경련 "새정부 재벌정책에 반대"▼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새 정부의 재벌개혁 정책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히는 한편 차기 정부의 경제정책 틀이 기업경영을 위축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경련은 28일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이사회에서 회원들에게 배포한 ‘2003년 경제환경 전망과 과제’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지적하고 새 정부가 도입하려는 집단소송제나 사외이사제 강화 등은 경영활동을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전경련은 또 지나친 규제 때문에 기업경영과 투자가 움츠러들어 성장잠재력이 저해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경련은 이에 따라 집단소송제 도입, 출자총액 제한제도 강화, 상속·증여세 완전포괄주의, 금융사 계열분리제, 공시서류 인증 의무화, 금융회사 의결권 제한 등 새 정부에서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재벌개혁 정책에 대한 반대 견해를 조목조목 밝혔다.

전경련은 아울러 새 정부가 기업을 규모에 따라 규제하는 대기업 정책을 폐지하고 시장에서 기업간 공정경쟁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기업정책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기업 투명성 제고는 집단소송제 등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기보다는 외환위기 과정에서 이미 도입한 소수주주권,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회 제도, 대표소송제, 선정당사자 제도 등을 내실있게 운영하는 방향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일률적인 200% 부채비율 규제, 수도권 차별규제 등도 개선해야 할 사항으로 거론했다.

한편 전경련은 2007년까지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을 위해 재계가 적극 노력하겠다는 결의문을 내달 7일 총회에서 채택키로 의견을 모았다. 또 새 정부의 국정과제인 동북아 중심국가 건설에도 적극 참여키로 했다.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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