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주식 상속시점 주목을"

  • 입력 2003년 1월 22일 18시 30분


‘기업 오너가 주식을 언제 2세에게 물려주는지 주목하라.’

주가가 가장 쌀 때 사서 가장 비쌀 때 파는 것은 모든 투자자의 꿈이다. 그래서 많은 투자자들이 ‘바닥’과 ‘꼭지’를 찾아 전문가의 조언을 듣고 차트를 연구한다.

그러나 바닥과 꼭지를 정확히 아는 방법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 다만 ‘이 정도 가격이면 주가가 바닥에 가깝구나’를 느낌으로 알 수 있는 몇 가지 힌트가 있을 뿐이다.

회사가 자사주를 매입하는 시기, 오너가 주식을 자식에게 물려주는 시기가 바닥을 짐작케 하는 힌트 가운데 하나다.

▽회사가 주식을 사고파는 시기〓기업 속사정을 가장 잘 아는 이는 투자자나 애널리스트가 아니라 바로 기업 자신이다. 따라서 기업의 주식 매매 동향은 투자자에게 중요한 힌트가 된다.

기업이 자사주를 사기로 결정했다고 하자. 언제 사야 할까. 답은 간단하다. 기업이 보기에 주식이 가장 싸다고 생각할 때다.

기업 오너가 자식에게 주식을 물려주기로 했다고 하자. 언제 주식을 넘겨줄까. 역시 마찬가지다. 오너가 보기에 주식이 가장 쌀 때다. 쌀 때 넘겨줘야 세금이 훨씬 적게 부과되기 때문.

▽힌트의 순서〓자사주 매입과 오너의 지분 승계 모두 주가 바닥을 알려주는 중요한 힌트지만 그중에서도 오너의 지분 승계 시점이 더 정확한 힌트가 될 때가 많다.

자사주 매입은 회사 판단에 주가가 바닥이 아니어도 어쩔 수 없이 해야 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주가가 단기간 너무 많이 떨어졌다거나, 전환사채(CB)가 주식으로 전환돼 물량이 갑자기 많아졌다거나 하면 주가가 더 떨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자사주를 매입할 수 있다.

그러나 오너가 자식에게 주식을 물려주는 것은 경우가 다르다. 특별히 언제 해야 한다는 제약이 없으므로 오너가 생각하기에 가장 적절할 때를 골라 주식을 물려주면 된다.

▽금강고려와 태영〓지난해 10월 금강고려화학과 태영의 오너 지분 가운데 상당수가 2세에게 넘어갔다. 금강고려화학은 10월 29일 정상영 명예회장의 지분 5.78%가 세 아들에게 건네졌고 태영은 10월 23일 윤세영 회장의 지분이 모두 윤석민 SBSi 대표에게 넘어갔다.

재미있는 것은 두 회사의 주식 증여가 모두 주가가 연중 최저치를 맴돌던 이른바 ‘바닥’에서 이뤄졌다는 점. 물론 이는 지나놓고 보니 그렇다는 이야기. 당시만 해도 그 주가가 바닥인지 아닌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그러나 회사측은 ‘이 정도 주가면 회사 펀더멘털에 비해 싸다’는 판단을 내리고 상속을 했을 확률이 높다. 반면 당시 두 회사 주가를 바닥으로 보고 매수 추천을 낸 증권전문가가 거의 없었다. 결국 기업을 읽는 능력만 보면 증권전문가보다 회사가 한 수 위였던 셈.

반대로 오너가 주식을 팔고 나가는 경우라면 ‘얼마나 회사의 비전이 없으면 오너까지 주식을 팔까’라는 생각으로 투자를 조심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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