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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1월 10일 18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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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환율은 작년 4월 달러당 1332원까지 치솟은 뒤 등락을 거듭하다 최근 들어 특히 하락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최근 환율은 2∼3개월 전보다 6% 가까이 떨어졌다.
달러가 원화와 엔화에 대해 약세를 보이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분석된다. 미국-이라크전쟁 가능성과 북한핵 위기 등 미국을 둘러싼 정치적 상황이 매우 불투명하고 미국 경기회복도 예상외로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최근 외환시장 움직임에 한결같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다만 앞으로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다소 의견이 엇갈렸다.
한국경제연구원 배상근 연구위원은 “올 들어 원화가치 상승 속도가 너무 빠르다”며 “달러당 1180원은 회복할 수 있겠지만 달러약세 기조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블룸버그통신의 경제분석가인 윌리엄 페섹은 “수출의존도가 높은 동아시아 국가들은 달러약세를 막는 것이 경기회복에 필수 불가결하다”며 “이에 따라 한국 정부가 달러화 약세를 막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은 하겠지만 실효를 거두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재정경제부 윤여권 외환자금과장은 “일본경제보다는 미국경제의 펀더멘털이 좋아 대이라크전쟁이나 북한핵 문제 등 불확실성이 없어지면 달러가 다시 강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며 최근 달러 약세를 일시적 현상으로 분석했다.
▽중국과 경쟁하는 중소기업이 가장 큰 타격=환율이 떨어질 때 직격탄을 맞는 분야는 수출이다. 해외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으로서는 채산성이 나빠지고 채산성을 맞추려면 달러표시 수출가격을 올려야 하므로 경쟁력이 더 떨어진다.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의 피해가 더욱 심각하다. 특히 미국 유럽 등 해외시장에서 중국 제품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국내 중소수출업체들은 원화 강세-달러 약세로 울상을 짓고 있다. 중국은 한국이나 일본과는 달리 고정환율제를 채택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 수첩 다이어리 등을 수출하고 있는 Y사의 송모 해외사업부장은 “작년에 이미 달러기준으로 계약을 마친 상태에서 환율이 자꾸 떨어지면 수익성이 상당히 나빠진다”며 “주로 중국 및 동남아국가와 경쟁하는데 앞으로도 계속 가격경쟁에서도 밀릴 수밖에 없다”고 걱정했다.
무역협회 박진달 팀장은 “지난해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달러당 1250원이 손익분기점이었다”며 “최근 환율은 상당히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대기업도 영향을 받기는 마찬가지지만 상대적으로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삼성 LG 등 ‘간판급 기업’ 가운데는 달러당 환율이 연평균 1150원까지 낮아질 수 있다는 ‘보수적인 전망’ 위에 올해 사업계획을 짠 곳이 많다. 대기업 수출주력 품목의 경쟁력은 가격보다는 패션과 기능 등 비(非)가격적 요인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삼성물산 상사부문 전략기획팀장인 구교형 상무는 “환율 변동이 심하고 북한핵 등 경제외적 변수가 많아 감을 잡을 수가 없어 의사 결정하기가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한국정부의 움직임=재경부는 최근 환율이 계속 떨어지자 9일 “환율이 급락할 이유가 없다”며 ‘구두 개입’했으나 별 효과를 보지 못했다. 정부는 그러나 당분간 직접적인 외환시장 개입이나 외평채 발행 등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지는 않을 방침이다.
재경부 조성익 국제금융심의관은 “현재 수준의 환율에서도 수출 호조세가 계속되고 있다고 보고 당분간은 경상수지 등 거시지표를 손질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그러나 환율이 큰 폭으로 계속 떨어지면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큰 만큼 세심히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김광현기자 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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