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은 좋아졌다는데 주가는 제자리…'무늬만 이익'

  • 입력 2002년 12월 9일 18시 05분



매달 실적을 발표하는 코스닥 대장주 휴맥스. 올해 실적은 매달 수치만 조금씩 바뀔 뿐 내용은 거의 비슷하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은 약 30%, 이익은 약 20% 늘었다.

그런데 주가는 여전히 2만원 선을 맴돌고 있다. 올해 4월 최고 주가인 6만4700원에 비해 여전히 3분의 1 수준이다.

디피아이는 3·4분기(7∼9월) 경상이익이 2·4분기(4∼6월)의 3배 가까이 된다. 그런데 주가는 오히려 약보합세다.

이익은 주가를 좌우하는 각종 실적지표 가운데 가장 비중이 크다. 두 회사 이익은 겉보기에 분명 좋아졌다. 그런데 주가는 시원찮다. 이유가 뭘까.

▽사실상 이익이 준 휴맥스〓휴맥스 이익은 지난해와 비교해서는 안 된다. 이미 1·4분기(1∼3월)에 워낙 이익을 많이 냈으며 이 수치가 주가에 미리 반영됐기 때문.

분기 실적 발표는 보통 1·4분기부터의 이익을 합해 누적으로 한다. 따라서 전체적인 수치는 지난해보다 좋아진 것처럼 보이지만 분기별로 쪼개 보면 실제 이익은 줄어드는 추세.

▽반짝 이익, 디피아이〓도료시장 점유율 2위의 우량기업 디피아이는 올해 3·4분기 경상이익이 무려 182억원이다. 장사를 해서 번 영업이익 5억원 외에 뭔가 다른 수입이 있었다는 뜻.

디피아이는 9월말 투자 주식을 일부 팔았고 10월초 부산공장을 매각해 150억원 정도 벌었다. 이 실적이 3·4분기 경상이익에 한꺼번에 반영된 것.

경상이익만 보면 눈부신 성장세지만 이는 3·4분기에 마무리된 단발성 특별이익인 셈.

▽이익은 수치보다 ‘질’이 중요〓전문가들은 이익이 주가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려면 △분기별로 증가 추세여야 하고 △구조적으로 이익이 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휴맥스는 이익을 분기별로 보면 오히려 감소 추세다. 디피아이의 경상이익 증가는 단기적으로 호재임이 분명하지만 주가의 장기 추세에 영향을 주는 재료는 아니다.

반대로 이익의 질이 좋은 기업으로는 LG가스를 들 수 있다. LG가스는 특별이익의 별다른 영향 없이 장사만으로 10년 연속 이익이 늘었다. 올해 분기별 순이익도 114억원(1·4분기) 157억원(2·4분기) 191억원(3·4분기)으로 계속 증가 추세.

동부증권 장영수 기업분석팀장은 “이익이 늘었다는 겉모습보다 왜 늘었는지, 앞으로도 계속 늘 수 있는지를 살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